5일 경기도 용인시 대한항공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마틴의 서브를 체험하기 전 신영철 감독에게 자세를 지도받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호언은 한순간에 허언이 되고 말았다.
기자는 태권도 공인3단에,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 선수였다. 그 덕분에 평소 모든 운동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큰 무리없이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한항공 용병 마틴의 스파이크 서브를 말이다. 받아보고 싶었다. 아니,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3라운드까지 서브 부문 1위(세트당 평균 0.625개)를 달리고 있는 마틴의 스파이크 서브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의 대한항공 연수원 내 체육관. 인터뷰 도중 어렵사리 양해를 구했고, 즉석에서 마틴이 몸을 푼 뒤 서브를 하고 기자는 받기로 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웃음부터 지었다. 일반인이 하기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경고를 했다. "마틴이 설령 100%의 힘을 쓰지 않는다 해도 한 개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승부욕이 발동했다. 신 감독은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도움을 줬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 자세 교정과 리시브 요령을 알려줬다. 그리고 한가지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선수의 서브를 한개라도 받아내야 마틴의 서브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 프로 선수들도 받기 힘들다는 마틴의 강스파이크 서브를 리시브하기 위한 예비 관문이었다.
드디어 코트 위에 섰다. 서브를 넣을 선수는 레프트 심홍석(23)이었다. 서브가 일품인 선수다. "홍석아, 때려봐"란 신 감독의 주문과 함께 체험이 시작됐다. '쾅.' 체육관을 뒤흔드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네트를 살짝 넘어 기자에게 향하는 볼은 마구 흔들리며 날아들었다. 뻗은 팔의 위치를 어디에 둬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팔을 내밀었다. 그런데 공이 팔에 닿는 순간 '윽'하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터졌다. 수십㎏의 물체와 부딪힌 느낌이었다. 볼은 네트 중앙이 아닌 오른쪽으로 튕겨 나갔다. 머쓱해졌다. 체험 전 "이정도 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달랐다. 두 번째 스파이크 서브는 아예 받아내지도 못했다. 그저 코트에 맞고 튀는 볼만 바라봤을 뿐이다. 세 번째 서브를 리시브하는 것도 실패였다. 왼팔과 오른팔에 일정한 밸런스를 맞춰 받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신 감독이 마틴의 서브 받기를 왜 만류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 선수가 60%의 힘밖에 내지 않은 서브였다. 기자는 전혀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시속 120㎞가 넘는 마틴의 강서브를 받는다는 것은 꿈이나 다를 바 없었다. 부상의 위험도 있었다.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심흥석의 서브 받기에 한번 더 도전했다. 훈련을 위해 체육관에 하나둘씩 모인 선수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진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만회해야 했다. 네 번째 서브는 좀 높았다. 점프를 하며 팔을 내밀었다. 볼은 그대로 상대 코트로 넘어가고 말았다. 완충작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당연히 마틴 서브 받기는 포기했다. '안받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배구 선수들이 새삼 엄청난 존재로 보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