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앞두고는 장미빛이었다. 경기대 시절 자신을 가르친 이경석 감독이 LIG손해보험에 부임했다. 명세터 출신인 이 감독의 지도 아래 황동일은 자신의 기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둘의 궁합은 생각보다 맞지 않았다. 황동일은 이 감독의 기대에 못 미쳤다. 주눅이 들었다. 11월 1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LIG손해보험은 1승5패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애제자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황동일을 대한항공에 내주고 세터 김영래와 조성철을 데려왔다. 황동일에게는 자신보다 대한항공의 신영철 감독의 지도가 더 맞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황동일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한항공에는 주전 세터 한선수가 있었다.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인 한선수는 빠르고 다양한 토스워크가 장기다. 여기에 서브도 좋다. 대한항공 선수들과의 호흡도 오랫동안 맞추어왔다.
황동일이 넘기 힘든 산이었다. 욕심내지 않았다. 밑바닥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경기에 나서기보다 홀로 팀숙소에 남았다. 신 감독이 지시한 기본기 숙지에 매진했다. 팀에 어느정도 적응한 뒤에도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한선수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한번씩 나서거나 원포인트 블로커의 역할만 소화해냈다.
그렇게 4개월을 보낸 황동일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13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였다. 2위를 확정지은 상태였다. 부담이 없었다. 1세트 도중 신 감독은 황동일을 투입했다. 볼배급을 맡겼다. 한선수와는 다르게 파워 넘치는 토스워크가 일품이었다. 블로킹에서도 힘을 보탰다. 6점을 올렸다.
경기 후 바로 이어진 인터뷰에서 황동일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의 고생이 머리속을 스쳤다. 황동일은 "고생한만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황동일의 게임 감각은 떨어졌지만 처음 팀에 왔을 때보다도 기량이 나아졌다"고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은 황동일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하나 더 단 셈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