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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십니까, 아니면 섭섭하십니까?"
버럭호철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격려하고 다독였다. 김 감독 본인에게는 큰 변화였다. 김 감독의 별명은 '버럭호철' 혹은 '호통호철'이었다. 현대캐피탈을 맡던 시절 경기장에서 항상 선수들에게 질책을 했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에서는 달랐다.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미소를 지었다. 작전타임에서도 선수들을 격려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주지 않았다. 선수들과는 "성적이 아니라 가장 활기차고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주자. 꼭 좋은 기업에 인수되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김 감독은 "나까지 버럭하고 호통을 치면 우리 선수들은 기댈 곳이 없다. 상처가 있는 선수들인데 내가 보듬어 주어야 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김 감독은 "화를 안내고 하니까 선수들도 즐거워하고 나도 편하더라. 말을 할 때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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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팀 상황은 어려웠다. 원정 경기도 모두 당일치기로 다녔다. 먹는 것도 신통치 않았다. 원정경기를 갔다가 오는 도중에 김밥이나 국밥으로 떼운 적도 많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김 감독의 힐링은 효과를 발휘했다. 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싹텄다. 조직력이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8일 2라운드 KEPCO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시즌 첫 승이었다. 이어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도 3대2로 승리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 막판까지 돌풍을 이어갔다.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펼쳤다. 9일 대한항공과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졌다. 드림식스는 16승 14패(승점 47)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3위 대한항공(17승 13패·승점 52)에 '한 끗'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내주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다. 시즌 중에는 항상 "플레이오프 진출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했던 그였다. 정규리그가 끝나자 솔직해졌다. 김 감독은 "마음 속으로는 플레이오프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입밖으로 낼 수 없었다. 선수들과 '성적에 대해 부담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목표는 '인수'였다"고 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120%를 해주었다.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드림식스
우리 금융그룹으로 인수가 결정되던 7일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모았다. 선수들 모두 감격에 찬 얼굴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생했다. 한시즌 동안 고생한 보람이다. 기뻐하고 당당히 받아라. 앞으로도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했다. 선수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마냥 좋은 소리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더 많은 땀과 훈련으로 더 많은 것을 받아내자"고 했다.
김 감독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드림식스와의 계약은 1년이다.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에 함께 할 수 없다. 다른 팀들이 김 감독을 노린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올 시즌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KEPCO가 감독을 경질했다. 김 감독은 최고의 영입대상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드림식스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만을 바라보는 선수들과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금융그룹에서 어떤 식으로 포석을 깔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드림식스는 이름 그대로 꿈이자 희망이었다. 현대캐피탈에서 나와 있으면서 다시 코트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된 팀이었다"고 했다.
용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