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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했던 이정철 감독의 눈, 앞으로가 더 궁금한 어나이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11-20 05:58


사진제공=KOVO.

'외국인 농사가 한 시즌을 좌우한다'는 말은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나 적용된다. 프로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시즌을 시작 전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됐다. 하지만 드래프트 순위가 모든 걸 결정하진 않는다. IBK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22)가 그렇다.

어나이는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마지막 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매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최하위 지명 순위를 받아 들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어나이를 택했다. 프로 경험이 없는 선수로, 이 감독은 "어려서 걱정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나이의 성적을 보면, 성공한 카드에 가깝다. 221득점으로 이 부문 1위, 공격성공률은 41.21%로 4위로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고르는 안목과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기업은행은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된 뒤 높은 지명 순번을 받지 못했다. 2015년 5순위 리즈 맥마혼, 2016년 6순위 메디(매디슨 리쉘)를 지명했고,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메디는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이번에도 앞 순위 구단들이 외면했던 어나이를 지명하면서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면서 "몸이 뻣뻣하지 않고, 유연하다. 공격할 때는 공을 감아서 때릴 수 있는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로 적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말이 잘 안 통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와서 직업관 자체가 없었다. 서너 차례 의견이 안 맞기도 했고, 혼도 많이 났다. 그래도 그런 부분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이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게 어나이가 우리 팀 문화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선 너희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왔지만, 사실 똑같은 선수다. 훈련하는 태도나 시간 관념 등 중요한 부분을 보면 어나이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충돌하기도 했던 어나이는 시련 후 강해지고 있다. 스스로도 "이제 적응에 문제 없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좋아지고 있다. 마지막에 뽑은 것 치고 절대 실패는 아닌 것 같다. 아직 과정에 있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자세를 잡아 놓고 하는 리시브 자세 등을 주문하고 있다. 그래야 좋은 평을 받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고 했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어나이의 활약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감독이 이번에는 어나이를 어떤 선수로 키울지 관심이 모인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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