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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V리그에 새 왕조를 연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눈물을 쏟았다.
2005년 막을 연 V리그 남자부에서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팀은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V리그 통산 8회 우승을 자랑하지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승리로 통합우승을 일군 것은 2011~2012,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 뿐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을 건너 대한항공이 새 왕조를 탄생시켰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쏟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뜨거운 하루였다. 쉽지 않은 날이 될 것으로 봤는데 끝까지 버텨 이길 수 있었다.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걸어왔고, 결국 엄청난 밤을 만들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앞선 시즌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올 시즌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하루하루에 집중하면서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고, 선수들과 함께 노력했다. 그래서 이런 순간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대한항공 선수들은 원정 응원석에서 관중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치면서 동료들의 우승을 바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그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이 코트 밖에 있는 모습을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모든 선수의 땀 한 방울이 모여 이런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기분을 한국어로 표현해달라는 물음에 "고맙습니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2년 간 한국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지냈다. 배구 지도자의 삶을 살면서 어느 나라에서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대한항공 선수들의 노력과 도움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항공에서 일군 두 번의 통합우승을 두고는 "내 업적이라기 보다 나와 함께 배구를 하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천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