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관심은 1차전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한 미들블로커 정호영의 복귀 여부에 쏠렸다. 이미 '캡틴' 이소영이 시즌아웃된 상황에서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 중 한명으로 발돋움한 정호영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 메가가 공격을 성공한 후 염혜선, 지아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4/
하지만 경기전 만난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오늘 정호영은 못 나온다. 하루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3차전에 뛸 것"이라고 했다. 2차전 필승을 다짐하는 한편, 선수시절 다양한 부상을 겪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선수 보호야말로 내 지도자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이소영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로 '히든카드' 김세인을 지목했다. 평소 그 자리에는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춰 박혜민이 기용됐다. 실제로 이날 현장중계에도 키플레이어로 박혜민을 꼽았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흥국생명은 박혜민이라고 분석했겠지만, 김세인이 나간다. (흥국생명 세터)이원정과 맞물려 돌아간다면 충분히 뚫어낼 수 있다. 리시브도 괜찮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 김세인이 공격을 성공한 후 고희진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4/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1차전 승리팀이 진출할 확률 100%'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며 방심을 경계했다. 이어 "체력 문제만 없다면,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가는게 (챔피언결정전 직행보다)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속내도 전했다.
양팀 팬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현장을 달군 가운데, 1차전은 정관장이 가져갔다. 초반 6-10으로 뒤지던 정관장은 상대 범실과 지아의 서브에이스를 묶어 추격전에 나섰고, 김세인의 득점으로 13-12 첫 역전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김미연-김다솔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지아-메가 쌍포의 동반 폭발로 20-17로 앞섰고, 지아의 2번째 서브에이스과 상대 범실을 묶어 첫 세트를 따냈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흥국생명 선수들이 공격을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4/
정관장은 2세트마저 따내며 흐름을 탔다. 세트 초반 레이나의 포히트 여부를 두고 김연경 및 흥국생명 벤치의 격렬한 항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관장은 8-5, 16-14, 24-19로 앞서나갔다. 2세트 도중 아본단자 감독이 또한번 거센 항의를 했고, 심판진은 경고를 줬다.
막판 정관장의 연속 범실로 24-23, 1점차로 좁혀졌다. 앞서 1차전에서도 22-16, 23-20으로 앞서던 3세트를 역전패하며 경기를 내줬던 정관장으로선 예민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기보단 선수들을 진정시키는데 집중했고, 지아의 한방으로 세트를 마무리지었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흥국생명 윌로우가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4/
3세트는 흥국생명의 반격. 세트 초반 정관장은 4-0까지 앞섰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에게 공격을 집중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주아 대신 투입된 변지수가 흐름을 바꿨고, 김미연이 오랜시간 뛰며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준 선택도 좋았다. 15-16에서 이원정의 패스페인트가 변곡점이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레이나의 연속 득점과 상대 범실을 묶어 3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전력을 정비한 정관장은 4세트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다. 김세인이 퀵오픈에 이어 서브에이스까지 터뜨리며 9-4의 리드를 가져왔고, 지아와 메가의 꾸준한 활약 속 15-9, 19-10까지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결국 정관장이 4세트를 따내며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은 오는 26일 인천에서 가려지게 됐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 지아가 서브에이스를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