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도 어쩔 수 있나요. 어떤 상황인지 잘 아니까요."
눈이 내린 뒤 을씨년스럽게 개인 날씨처럼 황성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4)의 표정은 어두웠다.
창단 40주년이 된 2013년의 포항은 '명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잠잠하다. 짐을 꾸려 클럽하우스를 나간 선수들만 있을 뿐, 새 식구를 맞이하는 활기찬 모습을 보기 힘들다. 전북 현대가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 베컴, 지단, 피구 등 날고 기는 선수들을 모았던 것처럼 K-리그 알짜들을 사들여 '지구방위대'를 만드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황 감독은 이런 상황을 일찍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구단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만큼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모기업(포스코)이 비상경영체제 선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찌감치 마음을 다잡고 팀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유스 시스템으로 올라온 박선주 등 우선지명 선수 외에 신인을 뽑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를 일찌감치 돌려보내고 자유계약(FA) 신분을 획득한 선수들을 잡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검증되지 않은데다 미래도 불분명한 선수보다는 우리 유스 출신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고 싶었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잡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FA선수를 잡는게 나은 상황이다." 전력은 약화됐지만, 과제는 지난해와 똑같다. K-리그 뿐만 아니라 ACL과 FA컵까지 50경기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를 두고 황 감독은 "바뀐게 있다면 우리가 약해졌다는 것"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즐기자는 생각이다. 지도자 인생의 큰 분기점이었던 2012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황 감독은 "지도자에게 한 시즌은 인생과 같다. 희로애락이 있다. 나는 그것을 지난 시즌 다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죽도록 안 풀리면서 퇴진 요구까지 겪어봤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가 성공으로 귀결되면서 돌파구가 생기는 경우도 봤다. 밑바닥부터 시작했지만 정상까지 올라섰다. 여러가지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걱정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가진 것을 통해 나름대로 방도를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수 운영에 대해서도 "다른 시즌보다 신인들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면서 풀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황 감독은 "예전에는 우승을 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1차 목표는 상위 스플릿과 ACL 결선 토너먼트 진출"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이 생각하는 '황선홍식 축구'의 완성도는 80%다. 그렇다면 나머지 2할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마 나머지 20%는 지도자로 은퇴할 때까지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죽어도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지는 것이다. 지지 않겠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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