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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한국산' 분데스리가를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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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캡처=StN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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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에게 가장 개방적인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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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최초의 유럽리거 차범근과 오쿠데라 야스히코 모두 분데스리가에서 유럽축구를 경험했다. 차범근은 308경기에서 98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치며 독일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차붐'은 여전히 한국 축구, 나아가 아시아 축구를 상징하는 단어다. 분데스리가는 차범근 이후에도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유럽진출을 선언한 당시 한국 최고의 공격수 김주성, 황선홍의 행선지는 독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실패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한국 대신 이란이 분데스리가에서 아시아 축구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탄탄한 체격과 힘을 앞세운 독일식 축구스타일을 펼치고, 역사적으로는 독일과 가까웠던 이란은 곧바로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카림 바게리, 아지지, 메디 마다비키아, 바히드 하세미안 등 이란 대표선수들이 분데스리가를 누볐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알리 다에이와 알리 카리미가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영입될 정도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란축구가 주춤하면서 분데스리가에서도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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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일본이었다. 일본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대대적인 독일진출에 나섰다. 단 5억원의 헐값으로 독일에 진출한 가가와 신지(맨유)가 분데스리가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하며 그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J-리그의 웬만한 스타선수들은 모두 독일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 선수 분데스리가 러시의 중심에는 독일인 에이전트 토마스 크로트가 있다. 크로트는 한국이 유럽 진출을 위해 여러 에이전트들에게 따로 협상권을 발급해주는 등 개별적으로 뛰고 있는 것과 달리 분데스리가 이적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크로트가 추천한 선수들이 성과를 내면서 다른 구단들도 협상력을 믿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일본이 분데스리가 아시아파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이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가세하며 한국인 분데스리거가 5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인 유럽파의 중심인 잉글랜드파(박지성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보다도 많다. 숫자도 숫자지만 활약도면에서도 눈에 띈다. 차두리를 제외하고 팀전력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박정빈도 그로이터 퓌르트가 기대하는 유망주다. 독일 현지도 한국인 분데스리거를 주목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16일(한국시각) '한국인 변수(Korean Factor)'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가가와의 성공으로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분데스리거가 조용히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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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홈페이지 기사 중 주목할 만한 문단이 있었다.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으로 인해 특히 극동아시아에서 온 선수들이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한국인 분데스리거다. 앞서 언급한 이란, 일본인 분데스리거는 모두 자국리그에서 검증된 성인선수들이다. '진출'이라는 표현이 옳다. 이와 달리 한국인 분데스리거는 독일에서 육성된 선수들이 많다. 손흥민(함부르크) 박정빈 모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일에 진출해 현지 유소년 시스템을 거쳤다. 차두리도 사실상 독일에서 만들어진 선수다. 독일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인만큼 독일식 축구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한국인 분데스리거는 하위권팀에서 뛰는만큼 주전경쟁에서도 우위에 있다. 한국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분데스리가에 '믿고 쓰는 한국산'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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