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훈련이 독이 된 걸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마운드는 약해졌지만 타선은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들었다.
정확한 타격에 발도 빠른 이용규, 정근우 테이블세터에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김현수 등의 중심타선, 최 정 강정호 강민호 등 20개 홈런을 치는 하위타선은 쉬어갈 틈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방망이는 예상외로 죽어있었다. 테이블세터가 찬스의 맥을 끊었고, 중심타선도 필요할 땐 터지지 않았다. 하위타선은 줄줄이 아웃돼 일명 '경기진행요원'이 돼 있었다.
예상밖 타선의 부진에 대해 대회전 많은 훈련량을 원인으로 꼽히며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수근은 5일 대표팀이 WBC 1라운드 탈락이 결정된 뒤 방송된 JTBC의 'WBC 투데이'에서 "대표팀의 강도높은 훈련으로 신체리듬이 깨져 몸이 무거워진 것 같다"며 타선 부진의 원인으로 많은 훈련을 꼽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대만 도류에서 가진 전지훈련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소속팀보다도 더 강도가 세다고 했을 정도다. 배팅케이지도 2곳을 만들어 타자들이 많은 타격을 하도록 했고, '죽음의 펑고'라고 불릴 정도로 수비 훈련도 숨이 턱턱 막힐 듯 진행됐다. 오후까지 진행되는 훈련에서 점심시간 외엔 휴식시간도 별로 없었다.
이에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실전을 앞두고 과도한 훈련은 정작 대회때 선수들의 컨디션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었던 롯데와 김성근 감독시절의 SK가 그 예가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전지훈련 때 훈련량이 적었고 롯데는 3월 시범경기서 펄펄 날았다. 전지훈련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만 했던 SK는 3월엔 선수들의 방망이가 잘 돌지 않았다. 그리고 4월엔 둘의 양상이 바뀌어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고, 롯데는 타선 부진으로 하위권에서 시작했었다. 우려한 것이 현실이 돼 대표팀의 막강 타선은 네덜란드와 대만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훈련량과 성적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나와있지 않다. 국내 프로야구를 봐도 훈련량이 많은 팀과 적은 팀의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훈련량이 많은 팀도 성적이 1위와 꼴찌로 나뉘고 훈련량 적은 팀 역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훈련량이 많지 않았던 2006, 2009년 WBC에서는 타격이 좋았고, 이번엔 나빴다. 이번에 타선이 잘 터졌다면 많은 훈련이 약이 됐을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은 결과론일뿐이다. 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아쉬울 뿐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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