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배드민턴의 발걸음이 가볍다.
지난달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이어 최근 끝난 대만오픈(3∼8일)에서도 쾌재를 불렀다.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지난 2003년 혼합복식(김동문-라경민) 금메달, 남자단식(손승모) 동메달 이후 최고 성과를 거뒀다.
특히 5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5년(여복 금, 남단 은, 여단·남복 동) 이후 18년 만이었다.
그랬던 한국 셔틀콕은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첫 국제대회 펼쳐진 대만오픈 그랑프리골드에서 전종목 싹쓸이 우승이란 쾌거까지 달성했다.
그랑프리골드 대회가 최고 등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 비하면 세 등급 낮은 대회지만 5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수확했다는 것은 결코 저평가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 셔틀콕은 이번 대만오픈에서 새로운 교훈을 또 얻었다. 내부경쟁 체제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선의의 내부경쟁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한국 셔틀콕의 전체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반가운 현상이다.
세계선수권대회만 하더라도 2인자의 반란이 화두였다. 배드민턴계가 공통적으로 기대했던 남자복식 이용대(삼성전기)-고성현(김천시청), 여자단식 성지현(한국체대), 여자복식 김하나(삼성전기)-정경은(KGC인삼공사)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의 빛에 가려있던 김기정-김사랑(이상 삼성전기), 배연주(KGC인삼공사·이상 동메달)와 엄혜원(한국체대)-장예나(김천시청·은메달)가 깜짝 활약을 하며 2인자의 설움을 기분좋게 날렸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이용대-고성현'이라는 '간판 상품'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세력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이른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2인자'를 통해 내부경쟁을 가속화시켜 '윈-윈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대만오픈에서 효과를 드러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인자'의 위세에 밀려 분루를 삼켰던 선수들이 대만오픈에서 '1인자'의 위용을 되찾은 것이다.
세계선수권에서 초반에 탈락했던 여자단식 성지현을 비롯해 남자단식 손완호(상무), 여자복식 김하나-정경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그동안 절치부심을 작정이라도 한 듯 나란히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선수권에서의 부진을 만회했다.
이번 대만오픈을 계기로 대표팀 내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후발 주자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남자복식 김기정(23)-김사랑(24)은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에 이어 이번에는 금메달로 승승장구했다. 이용대(25)-고성현(26)이 연이어 중도 탈락하는 사이 무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제 이용대와 고성현은 대대적인 변화와 분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진짜 2인자로 밀리 수 있다는 자극을 제대로 받았다.
고교를 갓 졸업한 여자복식 막내 신승찬(삼성전기)-이소희(삼성전기)의 발전도 또다른 소득이다. 신승찬-이소희는 이번 대만오픈에서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성인대표팀에서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패기를 보여줬다. 세계선수권대회때 '어린 티'가 너무 많이 나서 대만오픈을 앞두고 별도 지옥훈련을 받았는데 금세 효과가 난 것이다. 어린 만큼 성장속도가 빨랐다.
결국 한국 셔틀콕은 5개 종목 싹쓸이보다 값진 소득을 대만오픈에서 발견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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