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화끈한 장타력의 팀이다. 홈런왕 박병호를 앞세워 팀 홈런 1위(125개)에 올랐다. 박병호 외에도 강정호 이성열 김민성 등 두자릿수 홈런타자가 즐비하다. 하위타선도 '한 방'을 갖췄다.
하지만 넥센은 힘만 있는 팀이 아니다. 세밀한 야구에도 능하다. 이른바 '스몰볼', 경기 도중 긴밀한 작전야구로 1점을 뽑아내는 능력을 갖췄다. 지략가로 꼽히는 염경엽 감독의 지휘 아래 빅볼과 스몰볼이 묘하게 결합돼 있는 모양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와 같은 넥센의 팀 컬러는 효과를 발하고 있다. 상대에게 4번타자 박병호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줘 경험이 부족한 팀이 심리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경기 막판엔 작전야구로 점수를 짜낸다.
지난 9일 열린 2차전에선 경기 막판 1구, 1구마다 사인이 나왔다. 그만큼 긴박했다.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 서동욱은 2구째에 갑자기 번트를 댔다. 1구 때는 헛스윙이었다. 강공작전에서 완전히 바꿔 스퀴즈번트를 지시한 것이다. 3루주자 유한준이 이미 스타트를 끊은 만큼, 타구를 굴리기만 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심의 번트 타구는 파울이 됐다. 염 감독은 경기 후 기습적인 스퀴즈 지시에 대해 "야구에서 치는 건 잘 해야 3할이다. 하지만 스퀴즈는 50대50 아닌가. 보다 확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타석에 있던 서동욱의 스윙 궤도, 그리고 상대의 수비 위치를 판단한 뒤 순간적으로 작전을 바꾼 것이다.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연장 10회말 1사 3루서 나온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 때도 벤치의 작전이 빛을 발했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박병호에게 두 차례나 런앤힛 작전을 냈다. 박병호가 자꾸만 뛰자, 두산 투수 오현택은 1루 견제에 신경을 썼다. 지나치게 1루 견제를 많이 하다 결국 견제 실책이 나오고 말았다. 견제구가 뒤로 빠져 박병호는 3루까지 향했고, 김지수의 안타로 홈을 밟았다.
3,4차전은 잠실에서 열린다. 목동에 비해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구장, 넥센이 스몰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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