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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11년 기다린 LG 가을야구, 5일 만에 허무하게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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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LG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에 5대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대1로 승리했다. 아쉬운 패배를 기록한 LG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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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을 연발했다. 반면, 두산 선수들은 역대 최고의 수비를 선보이며 스스로 상승세를 만들었다. 양팀의 차이는 극명했다. 결국 LG는 경험 부족으로 11년 만에 치른 가을야구를 5일 만에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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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LG의 가을야구에 쏠렸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사실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을 뿐 아니라, 정규시즌 모래알 조직력으로 대변되던 LG 야구가 김기태 감독의 지휘 아래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 더 높은 곳을 기대케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상대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5경기 내내 혈전을 치르며 방전 상태였다. 한국시리즈에 오르면 재계 라이벌 삼성과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LG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힘대힘 싸움에서 졌다면 아쉬워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의 강력한 힘에 패했다기 보다는 스스로 자멸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LG의 허무했던 가을야구, 무엇이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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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험 부족이 LG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원인이다. 큰 경기에서 중요한 요소로 가장 자주 손꼽히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혹자는 "전력이 앞서면 그만이지 경험이 뭐 그리 대단한 힘인가"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포스트시즌 경기를 돌이켜 보면 결국 해줄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다. 평소 잠잠하던 베테랑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두산이 그랬다. 두산은 4차전 팀의 주축인 홍성흔 김현수 최준석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선수들의 부상도 있었고, 상대가 언더핸드 우규민인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백업 선수들을 믿었기에 가능한 카드였다. 반면, LG는 4경기를 거의 같은 라인업으로 치렀다. 백업 선수들을 큰 경기에서 믿지 못했다. 3차전 내야 양코너 수비 혼동도 결국 쓸 수 있는 선수들을 두고 수비 포지션을 짰기 때문이었다. 4차전 첫 등장한 정의윤이 첫 타석에서 스탠딩 삼진을 당하자 곧바로 이병규(7번)와 교체시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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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큰 경기는 수비가 가른다는 속설이 그대로 증명됐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며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을 과시했다. LG 투수진을 압도하지 못한 두산이 3경기를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두산 선수들은 LG 선수들에 비해 여유가 넘쳤다. 여기에 두터운 선수층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다. 외야수 정수빈은 3차전에서 교체출전 해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로 귀중한 3차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임재철, 민병헌 강견 듀오는 9회 결정적인 보살을 연속으로 선보였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을 밀어낸 김재호는 시리즈 내내 상상을 초월하는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두산 내야를 튼튼하게 지켰다.

반면, LG는 1차전부터 베테랑 정성훈이 결정적인 실책 2개를 저지르며 상대에 승리를 내줬다. 신예급 선수들은 그야말로 집단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3차전을 돌이키면 LG 역전패의 발단은 3회초 첫 수비에서 나왔다. 유격수 오지환이 김재호의 타구를 잡고 1루에 던졌다. 김재호는 전력질주를 하지도 않았다. 정말 평범한 타구. 하지만 오지환의 송구가 낮았다. 1차적인 책임이 있었다. 물론, 낮았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 1루수 이병규(7번)가 이를 놓치며 모든게 틀어졌다. 잘던지던 선발 신재웅이 흔들렸고, 긴장한 선수들은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연발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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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도 마찬가지. 결국, 2회 나온 1루수 김용의의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평범한 땅볼을 잡지 못해 상대에 1점을 헌납했다. 경기는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그 1점이 LG 타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 두산의 한 선수가 3차전을 앞두고 "LG 선수들이 오랜만에 낮경기를 치른다. 분명 예상치 못한 플레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한 게 빈말이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 2년 간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물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낮경기에 대한 적응을 완벽하게 마쳤다.

타석에서도 조급했다. 이병규(9번) 이진영 정성훈, 믿었던 베테랑들이 약속이나 한 듯 1, 2차전 부진했다. 베테랑들이 경기를 풀어주지 못하자 후배들 역시 기가 살 수 없었다. 덕아웃과 선수 사이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2차전 10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겨우 2점을 얻어냈다. 잔루가 무려 12개. 희생타로 찬스를 여러 번 찬스를 만들었지만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4차전은 더욱 안타까웠다. 경기 초반 두 번의 찬스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타자, 주자 모두 더욱 집중해야 했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이후 두 번의 찬스에서 강공을 시도했지만 이 찬스들은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1점차 승부였다. 확실히 노선을 정해야 했다. 차분하게 동점을 만들고 경기 후반 역전을 노릴지, 아니면 상대 투수 구위를 감안해 적극적인 공격을 펼쳐야 했을지를 말이다. 덕아웃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선수들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부터 주축 선수들 모두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 LG 소속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선수는 주장 이병규(9번)와 박용택와 이동현 정도가 전부다. 그마저도 10년 전인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주눅들 필요 없다. 이제 시작이다. 10년 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가을야구를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가을야구의 아픔이 분명 LG 야구가 한 단계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여러 부분에 대해 모자란 부분을 선수들이 느꼈을 것이고, 야구란 게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말하며 "포스트시즌에선 우리 팀에 파워히터가 없고, 수비나 주루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다. 고생 많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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