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의 묵묵한 응원 있었기에
박- 그래도 힘든 적도 있었을텐데요. 포기하려고 했던 적은 없으세요?
이- 없었어요. 내 인생에 포기란 말은 없었어요.
박- 혼자서 일하면서 외로울 때는 포기하는 마음도 들잖아요.
이- 계속 한 길을 걸어가면 안보이던 길도 생기는 법이죠.
박- 가족들은 어땠나요. 너무 바쁜 엄마, 아내였을텐데요.
이- 남편은 처음에 파리에 갈 때 응원해줬어요. 저는 걱정을 많이 했었죠. 근데 남편이 '당신이 만든 옷을 거기서도 알아줄거야'하고 응원해줬죠.
박- 다른 가족들은요?
이- 난 기억이 없는데, 우리 큰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솜을 배달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오갈 때 버스타고 다니면서 몇 번 배달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박- 그런 사실을 남편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는데요. 외조를 해주신 편인가요.
이- 밀어주는 것은 없어요. 오히려 안나타나는 게 도와주는거죠. 하하. 그래도 쇼 할 때는 나타나주긴 했죠. 전 한복으로 번 돈은 한복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이들도 제 돈을 필요로 하지 않고요.파리에서 쇼하고, 박물관 만들고 하면서 많이 썼죠.
박- 가족들이 말릴 만 한데요.
이- 안말려요. 우리 딸, 아들은 전혀 바라지 않아요. 아들이 결혼할 때 집 한 채도 안해주면 너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작은 집을 해줬어요. 근데 '그 집은 엄마가 사준 집이니까 엄마 집이지. 내 집은 아니야. 난 내가 살게'라고 해요.
박- 아이들을 잘 키우셨네요.
이- 자기들 앞가림은 하도록 키워서 그런가봐요.
박- 보통 엄마들이 육아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아이들을 키우고나서 일을 시작한 점이 도움이 됐을까요.
이- 글쎄요. 많이 걱정하며, 키운 편은 아니에요. 큰 아들이 지난번에 와서 이야기하는데 '군에 갔을 때 엄마가 안 온 사람은 자기 뿐이였다'고 하더라고요. 군대에 언제 가야하는지도 몰랐었어요. 1988년 올림픽 때 뉴욕에서 쇼를 하는데 유학 중인 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아들 집에 가봤더니 큰 쥐가 기어다니는 집에 살고 있었죠. 돈을 아낀다고요. 엄마는 쇼에 펑펑 쓰고 있는데, 아들이 그런 집에서 사니까 마음이 안좋았죠.
박- 자식분들 자랑 좀 해주세요.
이- 한복을 만들면서 해외에 갈 기회도 생기고, 뉴욕에 가보니까 남자라면 이 곳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뉴욕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했죠. 남편은 공무원이 무슨 유학이냐고 반대도 했었는데, 밀어부쳤죠. 아들은 지금 국제 특허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박- 따님은 어머니 뒤를 잇고 계시죠?
이- 고민을 많이 했었죠. 자기 친구들이 '그걸 안하면 옥상에서 떨어져 죽겠다'고 했다던데요. 유명한 엄마를 뒀는데 '왜 그 일을 물려받지않느냐'는 거죠. 그렇게 한 달만 해본다더니 계속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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