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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실전에 강했다. 출정식을 겸한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 역습상황에서 수비가 뻥 뚫리며 0대1로 패했다. 라커룸에서 홍 감독은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수고했다. 오늘의 진지한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브라질로 가길 바란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프리카 복병' 가나와의 평가전은 최악이었다. 0대4로 패했다. 축구인들의 우려와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선수 개개인을 향한 인신공격도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기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거짓말처럼 반전이 시작됐다. 모의고사를 망친 홍명보호는 실전에서 딴 팀이 됐다. 최근 평가전 5경기에서 무려 11골을 내준 수비진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후반 홍정호의 부상 교체 직후 실점만 아니었다면, 중앙수비의 조직력은 훌륭했다. 우려를 자아냈던 좌우 풀백 윤석영과 이 용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집중력, 투지, 조직력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승점 3점이 아쉬웠지만, 승점 1점 역시 실망감을 위로받고 기대감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홍명보호는 부진과 비난을 독한 에너지 삼았다. 러시아전 무승부 후 홍 감독은 담담하게 말했다. "평가전은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한 게임이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서 준비했는데 전체적으로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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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10대때부터 지켜봐온 제자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 세심하게 배려하지만, 필요한 순간엔 강력하게 몰아붙일 줄도 안다. 선발 라인업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당일 최고 컨디션의 선수를 뽑는 것이 홍 감독의 오래된 원칙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정적인 선택을 했다.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을 앞두고 홍 감독은 전날 밤 지동원을 방으로 불렀다. 낯선땅 선덜랜드에서 나홀로 적응하며, 기회를 얻지 못해 가슴앓이했던 마음을 헤아렸다. '순둥이' 지동원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지동원이 인생골로 첫손에 꼽는 런던올림픽 8강 잉글랜드전 선제골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동원의 한방은 역사적인 올림픽 동메달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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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아시안게임,런던올림픽에서 쌓은 자신감과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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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신감, 긍정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도 브라질월드컵은 최대의 위기였다. 브라질 입성 직후 홍 감독의 일성은 "짧은 기간에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였다. 비밀훈련, 비공개훈련이 그 어느 월드컵보다 잦았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극도로 제한했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이틀간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스스로 스마트폰, 인터넷, 메신저 접속을 끊었다. 오직 축구에만 몰입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