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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은 10월 데뷔전을 치렀다.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진화하기 위한 소방수였다.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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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의 용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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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하게 지웠다. 쿠웨이트전에선 오만전 베스트 11과 비교해 무려 7명이나 교체됐다. 후유증은 컸다. 1대0으로 승리했지만 졸전이었다. 비판이 쏟아지자 슈틸리케 감독은 "우린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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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후 베스트 11의 윤곽이 그려졌다. 이라크전에선 미세한 변화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차두리(서울)가 선발 진용에 복귀하고, 한교원(전북)을 45분용으로 배치시켰다. 한교원은 상대의 힘을 뺀 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영리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A대표팀의 맏형은 1980년생인 차두리다. 막내는 1992년생인 손흥민(레버쿠젠)과 김진수(호펜하임)다. 차두리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누빌 당시 둘은 초등학생 때였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손흥민과 김진수는 A대표팀에서 차두리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둘의 눈빛은 '존경'으로 가득하다. 차두리는 '사랑'으로 화답한다.
완벽한 신구조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하모니는 슈틸리케호의 작품이다. 이라크전에서는 1990년생이 화려했다. 선제골은 김진수와 이정협(1991년생), 쐐기골은 이정협과 김영권(1990년생)이 합작했다. 차두리와 서열 넘버 2인 곽태휘(1981년생)는 묵묵히 조연 역할을 했다.
주장 기성용(1989년생)은 가교역할이다. 싫은 내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캡틴의 위엄도 존재하지 않는다. 위, 아래를 늘 따뜻하게 품에 안는다. 차두리 곽태휘와는 늘 상의하고, 어린 선수들도 존중한다. 세대간의 틈은 없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차원이 다른 팀이 되는 데는 모두의 희생도 내재돼 있었다.
뜨거운 리듬, 운도 따른다
라디 셰나이실 이라크 감독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결승에 가길 원했으나 역시 한국 팀이 매우 잘했고 수준이 높았다. 우리는 두 차례 실수를 했고 한국은 그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
단기 대회에선 결국 리듬을 타는 팀이 최후의 주연이 될 수 있다. 슈틸리케호의 흐름이 뜨겁다. 묘하게 행운도 따르고 있다. 4강 상대로 난적 이란이 점쳐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란은 자멸했다. 전반 43분 1-0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측면 수비수가 퇴장당했다. 이라크는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이란과 3대3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했다.
한국보다 하루 늦게 8강전을 치른 이라크는 출혈이 컸다. 체력 악재에다 '중원의 핵'인 야세르 카심마저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결장했다. 실력만으로 우승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단 한 고개만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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