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팬들과 직접 마주하는 '자체 중계 방송'이다.
사실 넥센은 지난 2013년부터 TV 중계 편성이 되지 않았을 때, 인터넷을 이용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자체 중계를 진행해왔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을 통해 대부분의 경기가 중계되는 시대지만, 빈틈이 생겼을 때 구단이 팬들의 갈증을 직접 해결해줬다.
또한 이장석 대표이사가 직접 캐스터로 나서 '편파 중계'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대표의 해박한 야구 지식과 소속 선수들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넥센 히어로즈 홍보팀은 이러한 경험을 살려 자체 중계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한국과 일본 프로팀들과 상대하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이 계획이 현실화됐다.
물론 여전히 카메라 1대로 '풀샷'밖에 잡지 못하는 환경이다. 카메라가 공을 따라가거나 화려한 리플레이는 없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소식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이러한 밋밋한 화면도 '가뭄 속 단비'와 같다. 넥센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공식 중계가 잡히는 날에는 중계사인 SPOTV의 협조를 받아 화면도 제공받기로 했다.
구단의 투자도 있었다. 오키나와 생중계를 위해 카메라 외에 새로운 장비도 추가로 구입했다. 해외에서 생중계가 가능한 LTE급 통신 장비와 오디오 장비 등을 마련했다.
중계방송의 '입담'도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자체중계 캐스터로 나서왔던 마케팅팀 임준홍 사원에 목동 홈경기 장내아나운서로 활약하는 홍보팀 김은실 대리가 가세한 '더블 캐스터' 체제.
여기에 독특한 객원해설들을 모시기로 했다. 해설위원의 경계는 없다. 그날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 혹은 이미 경기 출전을 마친 선수가 해설위원이 될 수 있다. 선수의 눈으로 동료를 평가하거나, 자신의 플레이를 스스로 반성하거나 칭찬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또한 스프링캠프에 취재 온 각 방송사들의 해설위원들의 릴레이 해설도 가능하다. 해설위원들의 즉석 입담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넥센의 오키나와리그 첫 경기였던 지난 23일 SK 와이번스전부터 구단 직원들은 자체중계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기는 비로 취소되고 말았다. 얄궂은 오키나와의 날씨 때문에 방송 준비를 해온 직원들의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연습경기 중계가 무산됐지만, 방송은 그대로 진행됐다.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보여주고, 특별한 '초대 손님'들이 나서 팬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인터넷 방송은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홍원기 수비코치, 이수범 매니저가 마이크를 잡았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팬들이 질문에 답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넥센은 남은 연습경기도 자체 중계를 진행한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한 '혁신적인 시도', 그동안 넥센이 보여준 이미지와 많이 닮아있다.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그들의 노력은 정말 '특별'하다.
오키나와=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