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있어야겠어. 골격은 확실히 만들고 가야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파격'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이 전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연장'을 결정했다. 팀 전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훈련 환경이 좋은 오키나와에서 며칠 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단, 전체 선수단이 아닌 10명의 투수만 남아 5일까지 훈련하고 6일에 귀국한다. 다른 선수단은 3일에 귀국해 국내에서 시범경기를 준비하게 된다.
송은범을 필두로 권 혁과 윤규진, 이태양, 유창식 등으로 구성된 '10인의 투수들'. 사실상 팀 전력의 핵심이다. 올해 1군 엔트리에서 활약해야 할 투수들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건 물론 김성근 감독, 본인이다.
김 감독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의 훈련 페이스를 감안해서다. 기온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거듭하면서 투수들의 페이스가 이제 서서히 본 궤도로 진입하는 것이 눈에 띄였기 때문. 불과 며칠 사이의 일이다. 향상된 모습이 보이자 김 감독 역시 가르치는 흥이 생겼다.
김 감독은 "25일 훈련때 많은 투수들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송은범은 이전까지는 쉽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그런 점이 없어지고 릴리스 포인트도 좋았던 때로 돌아왔다. 권 혁도 공끝을 채서 던지지 못했는데, 이날 보니까 '팩!'하고 채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투수들도 많이 괜찮아졌다. 송창식 이태양 윤규진 박정진 안영명 유창식 등 많은 투수들이 계속 던지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투수진 육성'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김 감독은 지난 1월15일 고치에서 1차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오로지 투수진 육성에만 매달렸다. "나는 투수만 전담하고, 다른 파트는 전부 코치들에게 맡기겠다"는 선언도 했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고치 시영구장 구석의 불펜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투수들이 던지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때그때 조언을 했었다. 오키나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키나와 캠프는 연습경기 위주지만, 틈틈히 자체 훈련을 할 때는 불펜행을 빼놓지 않았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지도에 열심히 따라왔다. 최고참 임경완부터 신인 김민우까지 누구하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 결과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김 감독이 생각한 이상적인 투구폼과 구위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꾸준히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과감히 '캠프 연장'을 결정한 것. 김 감독은 "재정비를 완전히 하고, 팀의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 들어가는 건 너무 손해가 아닌가 싶었다. 며칠만 더 다듬으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하고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과 10인 투수진으로 이뤄진 오키나와 특훈조는 6일에 귀국한다. 그런데 7일부터 곧바로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한화도 대전 홈구장에서 LG트윈스와 주말 2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런 일정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공항에 나와서 곧바로 대전가면 되는 거 아냐? 시범경기보다 훈련해서 (실력을)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야." 훈련에 관한 김 감독의 열정은 20대 청년보다도 뜨거웠다. 그 열정으로 단련하는 '10명의 투수들'이 과연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