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이병헌 협박사건'이 협박여성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일단락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조휴옥 부장판사)는 배우 이병헌(45)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로 기소된 모델 이지연(25)과 걸그룹 글램의 전 멤버 다희(김다희·21)에게 각각 징역 1년 2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며, 피고인들이 6개월 가량 구금돼 있으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초범이라는 점과 피해자가 나이 어린 피고인들을 상대로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 사건의 빌미를 먼저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이지연과 다희는 유흥업소 이사의 소개로 알게 된 이병헌에게 사석에서 촬영한 음담패설 동영상을 들이대며 50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경찰에 체포돼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금전적 동기가 우선한 계획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이지연과 다희에게 각각 1년 2월과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지연과 다희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징역 3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후 피해자인 이병헌은 이지연과 다희를 선처해달라는 뜻으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비난 여론 등으로 정신적·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적시하면서도 이병헌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판결에 반영해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이지연과 다희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황급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상고 여부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이들의 변호인은 이지연과 다희의 근황에 대해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짧게 답했다.
아직 검찰의 상고 여부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사건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이제 관심사는 이병헌이 언제쯤 작품을 통해 대중 앞에 서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사건 이전에 촬영을 마친 이병헌 출연작 3편 중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만 7월 개봉을 확정지었을 뿐, '협녀'와 '내부자들'은 여론을 살피느라 개봉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로 나머지 두 영화의 개봉 시점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은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 말린 애커맨 등이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 '비욘드 디시트(Beyond Deceit)'에 캐스팅돼 촬영차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아내 이민정의 4월 출산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병헌의 소속사 관계자는 26일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오랜 시간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 끼쳐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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