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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의 역대급 캐스팅, 뒷 이야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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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들이 모두 한 작품이 나온다니. 눈 씻고 다시 봐도 믿어지지 않는 역대급 캐스팅이다. 차승원, 이연희, 서강준, 한주완, 김재원을 비롯해 박영규, 김창완, 김규철, 강신일, 최종환, 조성하, 엄효섭, 김광규, 이성민, 황영희, 유승목, 박원상, 정웅인, 김여진, 신은정까지. 스크린과 안방을 주름잡는 명배우들이 MBC 새 월화극 '화정' 라인업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만으로 드라마 두세 편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화정' 제작진은 20여명에 이르는 출연배우 라인업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캐스팅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만큼 파급력이 컸고, 기대감이 치솟았다. 지난달 23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한 신규 드라마 기대치 측정 프로그램 몰입도(PEI) 조사 결과에서 2015년 2분기 월화극 중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로 '화정'은 69.2%를 차지해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몰입도(PEI) 조사는 드라마 제목 및 방송사 명을 블라인드 처리해 예비 시청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줄거리, 배우, 제작진만으로 평가하게 한다. '화정'의 라인업이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정'의 배우들을 드라마 안에서 한꺼번에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극의 흐름에 따라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 시기가 저마다 다르다.

'화정'은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정치판에 등장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권력욕을 그린 작품이다. 광해와 정명공주의 갈등과 대립이 주요 이야기 축을 이루는 가운데 역사의 변곡점마다 중심에 서는 캐릭터가 달라진다. 역사 속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멀티 캐스팅'인 셈이다.

일례로 선조 역을 맡은 박영규는 1, 2회에서 역할을 다한 뒤 캐릭터와 함께 퇴장한다. 여느 드라마였다면 '특별출연' 정도로 언급됐겠지만 '화정'에선 라인업에 포함됐다. 선조가 세상을 떠난 후엔 광해와 신하들의 정치 싸움이 펼쳐진다. 광해 역의 차승원을 중심으로, 정웅인(이이첨 역), 김여진(김개시 역), 이성민(이덕형 역), 김성욱(이항복 역), 김창완(이원익 역) 등이 조선의 정국을 주도해 나간다.

또 다른 주연 캐릭터 이연희는 정명공주가 성인이 돼 재등장하는 7, 8회에 첫 출연한다. 정명은 광해에 의해 신분추락을 겪지만 악착 같이 살아남아 광해 정권의 심장부인 화기도감에 입성하는데, 정명과 애정 관계로 얽힌 홍주원 역의 서강준, 강인우 역의 한주완도 이 즈음 등장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강인우와 강인우의 부친 강주선은 '화정'에서 유이한 가상 인물이란 점이다. 특히 조성하가 연기하는 강주선의 역할이 흥미로운데, 시류를 읽는 눈이 탁월한 야심가이자 대부호인 강주선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랫동안 출연하는 인물로 한 시대의 목격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인조 역의 김재원은 언제쯤 등장할까. 답은 역사 안에 있다. 광해를 폐위시키고 서인이 정권을 잡은 인조반정과 함께 김재원의 역할이 커진다. 이후 차승원은 자연스럽게 극에서 퇴장하게 된다. 차승원이 극의 전반부를 이끈다면, 후반부는 김재원이 바통을 이어받는 셈이다.

'화정'은 이처럼 수많은 캐릭터를 오가며 극을 움직여 간다. 격변의 시대를 장식한 여러 인물들을 통해 정통 정치 사극을 그리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기획의도다. 화려한 정치를 뜻하는 제목 '화정(華政)'에서도 드라마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화정'의 한 관계자는 "광해와 정명의 견제와 갈등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멀티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며 "현대의 정치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당대의 권력투쟁은 요즘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멀티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최근 들어 '화정'의 경우처럼 작품성이 뛰어나고 작가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역할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좋은 배우들이 몰리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