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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이 믿는 한화의 미래, 김민우 '에이스'로 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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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미래? 그 아이에게 달렸지."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팀 하나만을 제대로 꾸리기에도 스트레스가 차오르는데, 뜻하지 않은 시비에 휘말린 바람에 더욱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 새벽 2~3시까지 잠을 못 이루는 건 예삿일이다. 어떤 날은 5시가 돼서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밤은 남보다 더 길다.

잠을 못 이루는 동안 김 감독은 고민을 한다. 당장 다음날 경기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서부터 일주일, 한 달, 그리고 한 시즌. 너 멀리는 한화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은 김 감독의 밤을 하얗게 밝힌다. "예상은 했지만, 많이 힘드네. 그래도 지지 않는다. 이렇게 버텨나갈 거야." 김 감독에게 이런 나날들은 낯설지 않다.

그나마 요즘에는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드디어 본연의 장타력을 되찾은 '캡틴' 김태균의 부활, 새로 팀에 합류해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이성열, 베테랑의 관록과 투혼을 보이는 권용관, 박정진에 이르기까지. 김 감독은 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특히나 한명의 어린 투수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심스레 꿈꾼다. 갓 프로에 입문한 '스물' 투수 김민우(20)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에 데뷔한 김민우는 이미 일찌감치 지난 1월 고치 스프링캠프서부터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당장의 실력보다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폼을 다음었고, 시범경기를 통해 기회를 줬다. 정규시즌에서도 마찬가지. 김민우는 4월들어 벌써 6경기에 나왔다. 최근에는 15일 대전 삼성전에서 2⅓이닝 동안 4안타 2실점했다. 시즌 성적은 6경기에 나와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특별한 점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금'의 김민우가 아닌 '미래'의 김민우를 보고 있다. 비록 당장은 덜 다듬어져 부족한 면이 보이지만, 잠재력과 가능성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김 감독이 주목하는 점은 김민우의 '배짱'과 '제구력'이다. "배짱 하나만큼은 지금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어린 나이인데도 강단이 있다. 투수는 그런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 배짱을 갖고 있으니까 타자와 싸울 수 있는 거다. 또 공을 낮게 던질 줄 안다. 아마 우리 팀에서 가장 낮게 던지는 게 김민우일 거다. 그 두 가지만 있어도 큰 투수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의 평가는 구체적이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김민우의 평균구속 증가를 주목한다. 김민우는 빼어난 신체조건(1m89, 105㎏)에도 불구하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는 직구 평균구속이 130㎞ 후반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직구 평균구속이 140㎞대 초반까지 올라왔다. 김 감독은 "구속이 늘어난 점이 고무적이다. 요즘에는 142~143㎞는 쉽게 던진다. 앞으로 구속이 더 늘어나면 꽤 재미있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민우를 성급하게 중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능하면 충분히 시간과 공을 들여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건 미리 가슴아픈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 올해 팀의 주축 선발이자 향후 팀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믿었던 이태양의 부상은 김 감독에게 또 다른 아픔을 남겼다. "작년 말에 팀에 와서 보니 벌써 팔이 아프다더라. 마무리캠프 때 공 던지지 말고, 병원부터 가라고 했다. 어떻게든 칼을 안대게 하려고 재활 운동만 열심히 시켰다. 이제 좀 나아진 거 같았는데…" 김 감독은 이태양의 부상과 수술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민우에게만큼은 이런 시련을 겪지 않게 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올해는 불펜에서만 가끔씩 던지게 할 생각이다. 몸도 더 다져서 구속도 늘려야하고, 변화구도 하나 정도는 더 익히게 할 거다.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서 내년 쯤에나 선발 마운드에 올려볼까 한다. 한화의 미래는 그 아이(김민우)에게 달려있다"며 막내 투수에게 큰 기대와 신뢰를 보이고 있다. 노 감독의 신뢰를 받은 김민우가 독수리 군단의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