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사구, 타자들도 문제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사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에 비해 사구가 크게 늘어났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30일까지 진행된 2015 KBO리그는 총 248경기였다. 이 중에 사구는 총 317개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비슷한 경기수(249경기)를 치렀을 때 나온 사구 갯수는 251개였다. 오히려 1경기를 많이 치렀음에도 올해에 비해 사구가 무려 66개나 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사구의 증가는 2015시즌 초반 KBO리그의 트렌드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구 증가의 이유에 대해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이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지금껏 사구의 증가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몸쪽 승부의 증가'를 들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타고투저'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투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몸쪽 승부를 하는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몸쪽 승부의 빈도수는 늘어나는데 반해 제구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사구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타자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타자들이 공을 피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김 감독은 3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자들이 제대로 피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 제자였던 최 정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최 정은 현역 선수중 가장 많은 사구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다. 올해 현재 158개의 사구로 현역 중에는 1위, 역대 통산 3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9의 사구만 더 얻어내면 박경완(전 SK)의 KBO 통산 최다 사구기록(166개)을 넘어선다.
이렇게 많은 사구를 기록한 최 정에 대해 김 감독은 "SK 시절에 크게 혼낸 적이 있다"고 했다. 최 정이 공을 제대로 피하지 않는 버릇을 갖고 있었기 때문. 김 감독은 "생각해보라. 공을 맞아서 다치면 자기 뿐만 아니라 팀에도 손해다. 그렇게 맞아서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최 정에게도 공을 제대로 피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런데도 공을 뒤로 피하지 않고 몸만 틀어서 피하더라. 그러면 등이나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 당연히 맞는다. 29일 이용규도 그래서 맞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어떤 선수도 몸만 비틀어서 피하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 몸쪽 공이 붙어서 오면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나버리지 않나. 공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대부분 몸만 비틀고 만다. 어려서 야구를 배울 때부터 '맞아서라도 1루에 나가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현재 국내 타자들의 지나친 크로스 스탠스 역시 사구를 많이 초래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타석에서 앞쪽 다리(우타자는 왼쪽, 좌타자는 오른쪽 다리)를 홈플레이트 쪽으로 더 내딛는 크로스 스탠스는 하체쪽으로 공이 날아올 때 빨리 뒤로 물러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용규와 김경언은 크로스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타자들이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