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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피가로, 거북이 유희관, 다승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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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삼성 감독은 빠른 볼을 뿌리는 투수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강속구 투수는 제구력이 약간 부족해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좌우 코너워크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된다. 반면 제구력 투수들은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총알 투수들을 좋아한다."

강속구는 투수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자 무기다. 하지만 유일한 무기는 아니다. 매일 최고의 컨트롤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칼같은 제구력도 강속구 못지 않은 무기다. 22일 현재 다승 공동 선두는 삼성 피가로와 두산 유희관으로 나란히 14경기에서 10승을 거뒀다. 피가로는 10승3패에 평균자책점 3.41, 유희관은 10승2패에 평균자책점 2.85를 마크하고 있다.

피가로는 LG 소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빠른 볼을 뿌리는 투수다. 최고구속 157㎞를 찍은 바 있다. 4월에는 150㎞대 초반을 기록하더니 갈수록 볼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류중일 감독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피가로의 구속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예상대로다. 이런 추세라면 올시즌 전광판에서 160㎞를 볼 지 모른다. 반면 유희관의 직구 최고구속은 135㎞ 전후다. 어떤 날은 최고구속이 130㎞대 초반에 머물 때도 있다. 완전히 다른 패턴인데 둘은 투수 최고 영예인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타선 지원을 놓고 말하면 삼성, 두산 모두 리그 최고급 방망이다. 폭발력에선 삼성이 다소 우세하지만 응집력은 두산도 만만찮다. 피칭능력만 놓고볼 때 피가로의 승승장구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빠른 볼에 변화구 제구력도 좋다. 경기 후반에도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지구력이 있다. 대단히 공격적인 피칭을 하기 때문에 타자들도 빠른 승부를 가져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잠시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히팅포인트를 찾지 못한다. 유희관의 활약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웬만한 투수의 슬라이더 구속과 비슷한 직구 스피드로도 상대 타자들을 지지고 볶는다. 본인 스스로도 "하늘이 내게 손장난을 줬다"고 말할 정도다. 좌우를 바늘처럼 콕콕 찌르고 10㎞, 20㎞ 차이나는 뜬금없는 변화구로 계속해서 타자들을 현혹시킨다. 눈에 확 들어오는 볼을 보고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둘러도 정타는 드물다. 타자는 매타석 조바심을 내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향하기 일쑤다. 반신반의하던 '느림의 미학'을 이제는 두산팬들 뿐만 아니라 타팀 팬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리그는 반환점이 고개를 들면서 서서히 승부처로 접어들고 있다. 투수들은 지치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더 달아오른다는 여름. 피가로와 유희관의 다승왕 경쟁도 이제부터 진검 승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