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얘기가 없네요."
인천 김도훈 감독이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치르면서 김 감독이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구단의 어려운 사정과 설움받았던 선수들의 노력을 잘 알기에 경기에 패하더라도 쓴소리를 하지 않는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12일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를 마치고 나서는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할 얘기가 없다"고 입을 뗐다.
선수들에게 화가 나서 한 말이 아니다. 인천은 이날 후반 5분 김원식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벽으로 잘 버티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가 임박한 후반 43분 요니치가 상대의 돌파를 막기 위해 태클한 것이 파울로 선언됐다. 여기서 파생된 신진호의 프리킥이 수비벽맞고 굴절되면서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떨어졌다. 인천 관중은 술렁거렸다. 파울로 인정될 만한 플레이가 아니었다는 항의표시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퇴장 명령까지 받아야 했다.
선제골 허용에, 감독의 퇴장까지 겹쳐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시작된 킥오프는 다시 실수로 이어졌다. 수비라인으로 돌린다고 패스한 공이 불안정한 틈을 타 포항 김승대가 질풍같이 달려들어 가로챈 뒤 골키퍼를 따돌리고 쐐기골을 터뜨린 것.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그 장면을 10번 이상 보고 왔지만…. 우리가 힘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이 10번 이상 보고 또 봤다는 장면은 신진호의 선제골을 제공한 포항의 프리킥 선언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김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걱정을 빼놓지 않았다. "누구든 우리 선수들을 해하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은 10명으로 잘 버텼다. 선수들 모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