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체력전이 시작된다. 올시즌 사상 최다인 팀당 144경기를 치렀다. 여기에 역대 가장 치열한 순위다툼 여파도 있다. 가을야구, 잘 쉬어야 살아 남는다.
두산 관계자는 6일 "가까스로 3위를 했지만 선수들이 상당히 지쳐 있다. 훈련보다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넥센과 SK는 오죽하겠는가"라고 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는 휴식에 주안점을 두고 4차례 연습경기와 휴식을 적절히 안배하며 상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경기 감각 유지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으로 지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소홀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 역시 가을야구 첫 단추는 휴식이다.
가을이 되면 선수들의 체력은 고갈된다. 2013년 한달 가까이 포스트시즌을 치렀던 두산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숟가락 들 힘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타자들은 첫 타석과 두번째 타석은 그나마 나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배트 스피드 뚝뚝 떨어졌다.
올해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는 생각보다 길었다. 감독들은 "해보니 늘어난 16경기의 압박이 생각보다 심하다. 지난해엔 9구단 체제여서 돌아가면서 사흘을 쉬었지만 이번엔 쉼없이 몰아쳤다"고 입을 모은다. 타자들도 시즌 막판 컨디션이 떨어지고, 투수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KBO 이사회는 올시즌에 앞서 전격적으로 1군 엔트리 1명 확대를 결정했다. 구단 입장에선 FA일수 부담과 부대비용 증가, 선수단 운영비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경기수에 현장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묘수는 아니었다. 감독들은 정작 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필요한 투수 엔트리를 늘리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투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팀당 1군은 12명 내외를 유지했다. 6선발 얘기는 시즌 개막이후 쏙 들어갔다. 엔트리 확대는 대타와 대주자, 대수비 등 야수로 채웠다. 이는 팀에 미치는 체력 부하엔 별 도움이 안된다. 근본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만한 투수자원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타고투저의 그늘은 생각보다 짙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팀 에이스들과 믿을맨들만 죽어라 던진 형국이 됐다.
특히 시즌 막판 치열해진 순위다툼으로 인해 투타 주전들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 그나마 선두다툼을 했던 삼성과 NC는 행복한 비명 쪽에 속했다. 3위 싸움을 했던 두산과 넥센은 막판까지 마운드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살벌한 분위기였다. 5위싸움을 한 SK와 한화, KIA, 롯데의 사정은 더 절박했다. 백병전 양상에 부상선수들이 속출했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팀들은 저마다 덕지덕지 생채기를 안고 있다. 치유가 시급하지만 갈길은 멀다. 한숨 돌린 NC, 느긋하게 한국시리즈를 기다리는 삼성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들도 수개월간 쌓인 주전들의 피로를 풀어주느라 전전긍긍이다. 나머지 팀들은 젖먹던 힘까지 짜낼 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