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90분 휘슬이 울려야 운명을 알 수 있다.
전날 포항이 적진에서 후반 48분 신진호의 결승골을 앞세워 전북을 1대0으로 요리했다. 우승 경쟁보다 더 화끈하게 3위 전쟁에 불을 지폈다. 승점 59점으로 한 발짝 앞섰다.
18일 또 한번 드라마가 나왔다. 4위 성남과 5위 FC서울이 정면 충돌했다. 두 팀의 승점 차는 없었다. 골득실에서 성남이 앞섰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서울극장'이 연출됐다. 성남이 먼저 리드를 잡았다. 경시 시작 1분 만에 골망의 흔들었다. 서울 몰리나의 백패스 실수를 가로챈 황의조가 크로스를 올렸고, 김성준이 해결했다.
서울은 눈을 돌릴 곳이 없었다. '공격 앞으로'였다. 반면 성남은 수비라인을 튼튼히 한 후 역습으로 서울을 괴롭혔다. 전반 28분 황의조가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서울의 수문장 유상훈에게 걸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후반 13분 승부수를 걸었다. 중앙수비의 한 축인 김동우 대신 고요한을 투입하며 포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후반 40분이 지났지만 한 골차의 행진은 이어졌다. 최 감독은 1m92 오스마르도 최전방에 전진배치했다.
서울의 '공격 앞으로'는 후반 41분이 돼서야 빛을 발했다. 오스마르가 헤딩으로 떨궈준 볼을 고요한이 오른발로 화답,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곡이었다. 시간은 후반 45분에서 멈췄고, 인저리타임 4분이 주어졌다. '원샷원킬'의 주인공 아드리아노가 후반 46분 번쩍였다. 윤주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결승골로 연결했다. 극적인 역전 승부였다. 15호골을 기록한 아드리아노는 김신욱(울산)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FA컵에서 결승에 오른 서울이 성남을 2대1로 꺾고 K리그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쟁에 가세했다. 승점 57점을 기록하며 4위를 탈환했다. 3위 포항(승점 59)과의 승점 차는 2점, 2위 수원(승점 60)과의 격차도 3점이다. 반면 승점은 54점으로 4위로 떨어졌다. 올시즌 K리그는 이제 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리그는 수원을 포함해서 5개팀은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순위표 가지고 ACL 출전권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우린 리그도 팬들을 위해 매 경기를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FA컵은 그 이후에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첫 발걸음에서 약속을 지켰다.
K리그는 3.5장의 ACL 티켓을 보유하고 있다. K리그 1, 2위와 FA컵 우승팀에 각각 한 장씩 돌아간다. K리그 3위가 0.5장을 가져간다. FA컵 제패에 한 고개만 남은 서울은 K리그 순위 싸움에도 가세했다. ACL 티켓 전쟁은 수원까지 가세하면서 안갯속 대혼전으로 빠졌다. 성남=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