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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닝 무실점 니퍼트에게서 범가너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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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4차전 선발로 니퍼트를 말했을 때 많은 팬들이 기대보다는 우려를 보였다.

니퍼트는 지난 18일 창원에서 열린 1차전서 9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7대0의 완봉승을 따냈다. 9회까지 114개의 공을 던졌다. 사흘 휴식 후 다시 나올 줄 알았다면 7회초 7-0으로 벌어졌을 때 교체를 해줘야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4차전 선발로 예고된 NC의 해커도 1차전에 나왔으나 66개만 던져 체력적으론 니퍼트보다 앞설 것으로 보였다. 1승2패로 뒤진 두산으로선 니퍼트가 일찍 무너진다면 전날 보여준 불펜진으로 볼 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무조건 니퍼트가 6이닝 이상 쾌투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해냈다. 바로 전날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인 16득점을 했던 NC 타선을 또한번 꽁꽁 묶었다. 7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 NC 타자들에게 1차전 포함 무려 16이닝 동안 겨우 5개의 안타만 내주고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인 매디슨 범가너가 떠올랐다. 범가너는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벌인 월드시리즈 5차전서 117개의 피칭으로 4안타 무실점의 완봉승을 따낸 뒤 이틀 쉬고 7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3-2로 앞선 5회말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5이닝 동안 단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니퍼트의 활약이 범가너급이었다. 사흘 휴식 후에도 위력적인 직구를 던질까 했는데 1회부터 150㎞의 강속구를 꽂았다. 몸쪽 꽉차게 들어오는 니퍼트의 직구에 NC 타자들은 꼼짝하지 못했다. 구위를 좋다는 것을 확인.

다음 걱정은 언제까지 이 구위를 유지할까였다. 투구수가 늘어날 수록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니퍼트로선 투구수 조절이 필수였다. 기우였다. 니퍼트는 위력적인 직구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으로 자신있게 뿌렸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꽂자 NC 타자들의 방망이가 안나올 수 없었다. 매회 10개 초반으로 이닝을 마쳤다. 4회초엔 2번 김종호, 3번 나성범, 4번 테임즈에겐 단 7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치기도 했다. 6회까지 단 67개의 공만 필요했다. 6회말 3점을 뽑아 3-0의 리드 속에 나온 7회초엔 나성범과 9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면서 총 19개의 피칭을 해 투구수가 86개로 늘었다. 김태형 감독은 8회초 마무리 이현승을 올려 승리를 지켰다. 7대0.

니퍼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6이닝을 던져 2승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올시즌 린드블럼(롯데) 로저스(한화) 해커(NC) 등 엄청난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를 빛냈지만 가을 무대의 주인공은 니퍼트였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