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올 시즌 D-데이는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이다. 대망의 FA컵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상대는 그룹B의 인천이다.
안방에서 마지막 리허설이 남았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라 물러설 수도, 물러설 곳도 없다. K리그와 FA컵 4강전 등 최근 4연승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간다는 것이 서울의 출사표다.
스플릿 두 번째 라운드, 서울이 2년 연속 우승을 향해 질주중인 전북과 격돌한다. 25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전북(승점 68)은 우승 초읽기다. 24일 성남과 격돌하는 2위 수원(승점 60)과 제주와 맞닥뜨리는 3위 포항(승점 59)이 비기거나 패하고, 이날 서울을 제압하면 올 시즌 K리그 우승이 확정된다. 최용수 서울 감독(44)은 '우승 들러리'는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안방에서 전북에 우승 세리머니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3차례 만남에서 모두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이 2승, 서울이 1승을 챙겼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2일 대결에선 전북이 3대0으로 승리했다. 서울 공격의 핵 아드리아노(28)를 전담마크하는 변칙 전술로 완승했다. 최 감독은 두 번의 실수는 없다고 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복수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현재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막상막하의 경기가 진행될 때는 1~2가지 변칙 전술을 갖고 들어간다. 지난 번 경기처럼 봉쇄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서울이 전북을 넘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FA컵에서 우승하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단판 경기라 변수는 있다. K리그 순위 경쟁도 양보할 수 없다. 서울은 스플릿 첫 라운드에서 후반 46분 인저리타임에 터진 아드리아노의 결승골을 앞세워 성남에 2대1로 역전승했다. 4위(승점 57)를 탈환했다. 수원과의 승점 차도 3점으로 줄었다. 포항과는 2점 차다. 최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리그는 수원을 포함해서 5개팀은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첫 발걸음은 점프였다. 서울은 내심 2위까지 바라보고 있다.
FA컵 결승전을 위해서도 고삐를 늦출 수 없다. 노는 세상이 다른 인천은 이날 광주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그룹B지만 이미 클래식 잔류를 확정지어 서울전만 바라보고 있다. 최 감독은 "최고 우선순위는 FA컵 우승이다. ACL 진출권이 걸려있지만, 2012년 이후에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했다. 홈팬들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드려야 한다. 리그 2위권의 순위가 박빙이긴 하지만 매 경기 진지하게 결승전처럼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FA컵 결승전에 거는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 특히 주장 차두리(35)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종착역이 목전이다. 차두리를 위해서라도 기필코 FA컵에서 우승컵을 들겠다고 했다. 고요한(27)과 윤일록(23)은 이구동성으로 "두리 형은 팀 개개인 모두를 잘 챙겨주고 어떻게 하면 팀 분위기가 좋아질까 고민한다. 항상 고맙고 배우는 점이 많다. 두리 형이 꼭 FA컵 우승컵을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전북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일록은 "FA컵 결승 진출의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잘 준비해야 한다.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리그는 결실의 계절이다. 전북은 K리그, 서울은 FA컵 우승을 꿈꾼다. 두 팀이 올 시즌 마지막으로 충돌한다. "이제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전북전, FA컵 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들이 남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가 올 시즌 성공이냐 실패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정신력을 발휘한다면 보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나야 할 상대, 처한 현실이 모두 다르지만 최 감독의 말이 모든 사령탑의 심정이다. 최후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