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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만든 1점, 고영민 두산 최고의 주루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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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4차전. 역전 3루타를 친 양의지는 투수의 와일드 피치에 곧바로 홈으로 대시했다. 3루측 파울 선상으로 약간 흐른 공이었지만, 양의지는 두려움이 없었다.

결국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사실상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이었다.

당시 상황을 놓고 두산 전형도 3루 주루 코치는 "양의지가 느리지만, 주루 센스는 매우 좋은 편이다. 상대 약점을 놓치지 않고, 판단이 매우 빠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내 주루 플레이가 가장 좋은 선수는 고영민이다. 오재원과 정수빈도 매우 좋은 센스를 지니고 있지만, 고영민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고영민은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매우 창조적인 주루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31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은 1루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오재일과 로메로는 타격에서 부진했다. 수비가 좋은 오재일은 1차전 포구 미스를 범했고, 로메로의 1루 수비는 불안했다.

고영민은 잔부상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5차전에서 고영민을 1루수 겸 8번 타자로 스타팅 멤버에 포함시켰다.

고영민은 3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천금같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3-0으로 앞서있던 두산이 기선을 완벽히 제압하는 2타점 히트.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재호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지는 2사 1, 3루 상황.

전형도 코치가 말한 고영민의 진가가 발휘됐다. 삼성 마운드는 선발 장원삼에 이어 등판한 정인욱. 1B 2S의 유리한 볼 카운트.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한 그는 긴장했다. 그의 투구가 포수 앞에서 원바운드를 일으켰다. 포수 이지영이 급하게 일어나며 간신히 블로킹. 포수 앞 1.5m 정도에 떨궈놨다.

이때 고영민의 창조적인 주루 플레이가 시작됐다. 물 흐르는 듯한 스킵 동작 후 블로킹한 공이 앞으로 튀자 마자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너무나 과감했던 주루. 순간적인 판단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렸다. 허를 찔린 이지영은 재빨리 공을 잡은 뒤 고영민을 태그하려 했다. 하지만, 고영민은 3루 파울 라인 밖으로 돌아서 들어오며 슬라이딩, 홈을 터치했다. 결국 2타점 적시타에 이어 발로 기어이 1점을 추가했다. 비틀거리는 사자 군단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간 고영민의 천금같은 1점. 왜 그가 준족들이 즐비한 두산에서 가장 뛰어난 주루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 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