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잭 루츠가 부상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대체 선수로 데려온 데이빈슨 로메로도 적응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태형 감독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작년엔 외국인 타자가 없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허경민이 잘 해줬다고 봐야 한다. 허경민이 못했다면 로메로를 계속 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외국인 농사가 '흉년'이었다고 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 데려온 외국인 선수가 제몫을 하지 못한다면 페넌트레이스를 이끌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올해 두산은 외국인 타자로 닉 에반스를 영입했다. 중장거리형 스타일로 두산의 4번타자로 일찌감치 결정돼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
에반스는 이날 경기서 4번 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0-0이던 4회초 1사 2루서 좌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뽐냈다. 넥센 선발 양 훈의 133㎞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 지난 12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5일만에 대포를 쏘아올렸다. 고척돔이 홈런이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를 띠고 있어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듯 에반스는 장쾌한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4할2푼9리(28타수 12안타)에 2홈런 7타점이다. 31타석에서 삼진은 4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입단 당시 두산 구단이 소개했던 선구안과 파워를 시범경기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에반스가 전지훈련서는 타이밍이 안 좋았는데, 한국에 와서 괜찮아졌다"며 "잘 적응하는 것 같다. 특히 마인드가 괜찮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시즌을 치러봐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는 법. 김 감독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올해는 김현수가 없으니 용병이 잘 해줘야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은 올시즌 민병헌-에반스-양의지로 중심타선을 꾸릴 예정이다. 민병헌도 이날 2타수 1안타를 포함해 시범경기 6게임에서 4할7푼1리(17타수 8안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2타수 무안타에 그친 양의지는 시즌 개막에 맞춰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외국인 타자 때문에 "중심타선을 꾸리는데 애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두산 프런트의 기대다.
경기 후 에반스는 "팀승리가 기분 좋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여서 더 기쁘다"면서 최근 타격감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많이 노력하고 있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고,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좋은 모습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척돔=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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