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K리그는 '20대 잔치'였다.
슈틸리케호가 발굴한 새로운 원석들이 보석으로 변신해 화려한 빛을 냈다. '신인들의 무덤'인 전북 현대에서 생존한 이재성(24)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부름 속에 받아든 태극마크의 가치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메이드 인 수원' 권창훈(22·수원 삼성)은 A대표팀 뿐만 아니라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책임질 기대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진격의 거인' 김신욱(28·현 전북 현대)은 18골을 기록하면서 K리그에 5년 만의 토종 득점왕 귀환을 알렸다.
그런데 올 시즌 공기는 사뭇 다르다. 주목 연령대가 높아졌다. 개막 한 달을 넘긴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30대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후배들의 폭풍질주에 잠시 숨을 죽였던 이들은 관록 뿐만 아니라 빼어난 기량으로 그라운드를 수놓으면서 '30대 찬가'를 부르고 있다.
선두주자는 FC서울의 히든카드로 거듭난 박주영(31)이다. 7라운드까지 클래식 6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는 순도 높은 골감각을 자랑 중이다. 24일 울산전은 물오른 박주영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예다. 상대 수비수 3명을 달고 드리블한 끝에 날린 오른발슛은 골키퍼 손을 정확히 비켜가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화룡점정이었던 한-일전 결승골의 데자뷔였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박주영은 '제3의 공격수'였다. 지난해 친정팀 서울에 복귀했지만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올해는 데얀-아드리아노 콤비가 뜨면서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박주영은 지난달 12일 전북과의 클래식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하더니 결정적인 '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무등산 패트리어트'로 거듭난 정조국(32·광주)의 기세도 놀랍다. 올 시즌을 앞두고 FC서울을 떠나 광주로 이적한 정조국은 포항과의 개막전부터 멀티골을 터뜨리더니 7라운드까지 모든 경기에 나서 5골을 터뜨렸다. 26일 현재 개인 득점 선두 아드리아노(5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4년 군 복무를 마치고 FC서울에 복귀한 정조국은 두 시즌 간 단 13경기에 나서면서 사실상 '전력외' 평가를 받았다. 한때 '은퇴설'까지 나돌았지만 광주 이적 뒤엔 원톱 뿐만 아니라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맡으면서 완벽하게 변신했다.
'태앙의 아들' 이근호(31·제주) 역시 '30대 찬가'의 주인공이다. 클래식 개막 뒤 제주에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합류했던 이근호는 단 4경기 만에 2골-1도움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남겼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특유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스타 부재'로 관중몰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는 이근호 합류 뒤 팬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부대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노익장'들의 활약은 올해도 쭉 이어지고 있다. '라이언킹'에서 '대박이 아빠'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동국(38·전북 현대)은 올 시즌 후반 조커로 변신하면서 최강희 감독의 '믿을맨'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33·수원 삼성) 역시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면서 7경기 1골-3도움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세대차는 곧 경계선이다. 의미가 다르다. 나날이 기량을 키워가는 20대와 달리 30대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 30대 클래식 전사들이 몰고 온 봄바람이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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