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 맞나 싶었다.
솔직하면서 거침이 없었다. 어린 패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성숙하다고 할까. 올 시즌 데뷔한 골키퍼 윤보상(23·광주)의 이야기다.
혜성같은 등장이었다. 지난달 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전남전. 윤보상의 프로 데뷔무대였다. 시험대에 올랐다. 2-1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 전남 스테보와 마주했다. 페널티킥. 웃었다. 완벽한 선방이었다.
경기 후 스포트라이트는 데뷔전서 데뷔골이자 결승포를 터뜨린 조주영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 뒤의 '지킴이'는 윤보상이었다.
0대2로 패했던 성남전서도 윤보상은 빛났다. 선방쇼를 펼쳤다. 이날도 페널티킥 상황을 맞았다. 키커는 티아고. 못 막았다. 땅을 쳤다. 그러나 방향은 정확히 읽었다. 윤보상은 "대학교 때부터 페널티킥을 막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많이 연구했고 나만의 비법이 있다"고 했다. 비결을 물었다. 절대 비밀이라고 했다. 재차 물었다. 그래도 안된단다.
윤보상. 생소한 선수다.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귀를 의심했다. 중3 때 축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늦은 나이다. 그것도 동네 교회 축구팀에서 뛰었다. 윤보상은 "목사님께서 골키퍼를 해보라고 하셨다. 슈팅을 막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어느 날 교회팀 소속으로 수원 삼일중 축구부와 경기를 치렀다. 눈에 '확' 띄었다. 러브콜을 받았다. 고심 끝에 결심했다. 축구화를 제대로 신어보자고 마음먹었다.
늦게 시작한 터라 기본기가 부족했다. 중학교 졸업을 미뤘다. 두 번째 맞은 중3 시절. 오로지 기본기에 집중했다. "그 1년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다."
수원 삼일공고에 진학한 윤보상은 줄곧 주전이었다. 그러나 암초에 부딪혔다. 미뤘던 1년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무대 연령 제한에 걸렸다. 윤보상은 "고3 올라가는 겨울 훈련을 마치고 오니 1년 동안 대회를 뛸 수 없다고 했다. 한살 많아서 출전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방법이 없었다. 1년을 '통'으로 날렸다. 눈물과 인내의 시간. 그런데 악재가 겹쳤다. 개인훈련이 '과'했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 철심을 박았다. 윤보상은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울산대에서 손을 내밀었다. 입학하자마자 주전을 꿰찼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도와줬다." 윤보상의 목소리가 떨렸다.
윤보상은 올 시즌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꾸준히 준비했다. 출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나는 기본기가 부족하다. 골키퍼 치고는 키가 작아 공중볼 훈련도 더 해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늦깎이' 윤보상. 그래서 오늘도 남들보다 한 발 더 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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