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
과거의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이 처한 현실이다.
수원은 최근 대위기를 맞았다. 지난 달 25일 제주전에서 3무2패 끝에 시즌 3승째를 거둬 기사회생하는가 싶었는데 광주, 울산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다시 늪에 빠졌다.
특히 지난 2일 경기 막판 연속 실점으로 1대2로 역전패한 여파는 컸다. 울산 원정인데도 화가 난 수원 팬들이 귀가하려던 선수단을 막아섰고 서정원 감독이 면담을 하고나서야 팬들은 해산했다.
구단과 선수단 모두 최악의 수모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결과로 보여줘야 성난 팬심을 달랠 수 있다. 한데 반전의 무대가 부담스럽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펼쳐지는 수원FC와의 '수원더비'다. 빅버드에서 열리는 첫 '수원더비'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수원이 낙관적이다.
올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는 초반 돌풍을 이어가지 못한 채 최하위에 처져있다. 수원은 지난 5월 사상 첫 '수원더비'에서 2대1로 승리한 기분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수원은 6경기 연속 무승(5무1패)에 시달리다가 수원FC를 제물로 한숨을 돌린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 만큼 부담스럽다. 하필 이 시기에 최하위 수원FC를 만나는 게 다행인듯 보이지만 만약 비기거나 패하면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우려가 있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더구나 최근 양팀의 경기력을 보면 수원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수원FC는 지난 주말 최강 전북과의 경기에서 2대2로 비겼지만 선제골을 넣었고 비등하게 버티는 끈기를 보여줬다. 수원은 올 시즌 고질적인 뒷심 부족, 뒷선 불안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첫 '수원더비'에서 처럼 이번에도 구름 관중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심리적 중압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원 구단도 이번 '수원더비'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 열리는 '수원더비' 미디어데이를 대대적으로 치르는 등 관심몰이에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데이 행사장에 과거 수원 축구의 명성을 만든 각종 우승 트로피 22개를 전시하기로 했다. 선수단을 독려하고 수원의 자존심을 속히 회복하자는 취지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기업구단으로서 다소 쑥스럽지만 옆동네 시민구단 인천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인천은 앞서 수원과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지난 5월 22일 광주전 패배(0대1) 이후 서포터스 항의 소동을 맞았다. 김도훈 감독과 박영복 대표가 해명을 한 뒤 가까스로 진정됐다. 인천은 곧이어 열린 성남전 승리(1대0)를 시작으로 이후 3승2무1패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추억삼아 "돌이켜 보면 팬들이 보여준 채찍이 커다란 자극제가 됐다"고 말한다. 성난 팬심에 자극받았는지 인천시도 추경예산 등으로 전에 보기 드문 예산 지원을 대폭 늘려 구단 형편도 호전됐다.
수원이 맞았던 서포터스 항의 소동, 인천처럼 좋게 쓰면 약이 된다. 항의 소동 이후 반전에 성공했던 경우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수원이 인천, 울산의 사례를 계승할 수 있을지. '수원더비'가 더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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