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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꿈 이룬 방탄소년단, 美진출 보다 중요한 'K팝' 자부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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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한국 가수이기에 한국어로 노래하고 춤추겠습니다."

철옹성 같던 빌보드의 벽이 뚫렸다. 싸이에 이은 두 번째 쾌거이며, K팝 아이돌 그룹으로는 빌보드 뮤직어워드 첫 수상이다. 방탄소년단이 "자랑스러운 전 세계 팬들에 공을 돌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소감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2일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미디어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6년간 이 부문을 지킨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 팝스타들과 경쟁해 당당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뿐만 아니라 2011년 이 부문이 신설된 이후 최초로 수상대에 오르는 수상자가 됐다.

멤버들은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각자의 소감을 전했다.

멤버 제이홉은 "수상 이후 첫 공식적 자리다. 가장 먼저 팬들께 감사하다"면서 "너무나도 우상이었던 아티스트와 함께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해서 영광스럽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민은 "빌보드 어워즈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해외 아티스트 분들도 어떨까 기대를 했는데 상까지 수상해 꿈만 같던 자리가 됐다. 그런 영광스런 설 수 있게 해주신 우리 팬 아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진은 케이팝 선배들에 공을 돌렸다. 진은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선배님들이 케이팝의 좋은 길을 열어주셔서 좋은 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저희도 후배들에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빌보드가 먼저 주목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과 소셜 파워에 대해 소개했다. 6년간 본 시상식에서 제외되었던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하이라이트 무대 직전, 주요 순서로 본 무대에서 시상했다는 점, 히트곡 '불타오르네'가 마젠타 카펫 공식 프로모션송으로 지정됐다는 점, 투표에서 3억 2천만이 넘는 득표를 거뒀다는 점, 또 구글 트렌드를 통해 SNS에 언급된 수치 등을 꼽으며 이번 수상의 의미를 전했다.

멤버들 역시 글로벌 신드롬의 가장 큰 이유로 SNS 소통을 꼽았다.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꾸준히 팬들과 SNS로 소통해왔는데, 진솔하게 다가간 자세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음악으로 저희 얘기를 했고 진심이 통했다"고 말했다.

랩몬스터는 "저희 스스로 진심이어야 음악을 듣는 팬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퍼포먼스의 경우, 해외 팬들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 SNS를 통해 저희의 콘텐츠가 점점 확산됐던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현재 대중음악 산업의 두 축은 스트리밍에 기반을 둔 디지털 음원 서비스와 SNS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음원 산업이 누구나 한 달 1만원 남짓한 돈으로 수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SNS는 화제가 되는 뮤지션들의 소식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각종 SNS에서 얼마나 화제가 되느냐가 지금 음악산업에서 가장 '핫'한 존재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척도인 셈이다.

즉, 방탄소년단의 톱 소셜 아티스트상 수상은 그들이 이미 미국 젊은 층에게 얼마나 큰 화제가 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부터 현재(5월26일)까지 소셜 50차트에서 26주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그룹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텀블러, 사운드 클라우드등 각종 SNS를 종합적으로 집계하는 이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 자체가 사건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 네 차례나 오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멤버들은 전세계를 돌며 만난 팝스타들과의 협업도 예고했다.

방탄소년단은 현장에서 체인스모커스와 만난 것에 대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니 신기하더라. 좋은 얘길 많이 나누었고 기대를 하고 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뷔는 "평소 존경하는 팝스타 셀린느 디온이 자신의 쇼에 초대해줘 정말 영광스러웠다"며 웃었다.

전세계 대중음악 인기의 척도인 빌보드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싸이와도 비교된다. 방탄소년단은 월드스타 싸이와의 비교에 대한 질문에 "싸이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세계 신드롬을 일궈낸 드라마틱한 사례였다. 저희는 꾸준히 활동한 SNS 소통과 콘텐츠,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담긴 진심과 스토리가 확산되면서 팬덤이 커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뮤직비디오가 전세계적으로 대박이 나면서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 선배의 스케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저희는 걸음마 단계라 생각한다. 꾸준함을 어필하면 좋은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음악과 춤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방탄소년단은 데뷔 때부터의 SNS소통,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의 스토리로 공감을 이끌었단 얘기다. SNS를 통한 입소문에 공감의 스토리가 더해져 파급력이 생긴 사례다. 2013년 데뷔해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등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연작 앨범을 선보였던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아픔'을 차례로 풀어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K팝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도 계획된 것이 없다. 랩몬스터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진출이란 거창한 목표보다는 저희가 해왔던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가 그동안 했던 대로 꾸준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람이기에 한국어로 멋지게 랩하고 노래하고 싶다. 저희이기에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면서 "데뷔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자리를 꿈도 꾸지 못했다. 저희만의 방식대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빌보드 첫 기록이 된 방탄소년단의 수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마니아 문화로만 인식되던 케이팝이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는 여전히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영상, 무대 등 다양한 콘텐츠로 빚어낸 차트 신기록은 케이팝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단 평가다. 탄탄한 콘텐츠에 유튜브 입소문을 통한 글로벌 팬덤의 화력에 더해진 결과이자, 프로모션 한 번 없이 거둔 성과다.

마지막으로 빌보드 차트 핫100에 오르고 싶다는 목표도 전했다. 랩몬스터는 "전곡 '봄날'이 115위에 올랐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예전부터 조금씩 성장해서 그런지, 차근차근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서 "정말 꾸준히 활동하다보면, 감히 대기록도 꿈꿔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욕심을 내기 보다 천천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무대는 이제 국내만이 아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의 인기척도인 미국 빌보드 차트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영국의 메인차트도 뚫었다. 또 빌보드 어워드 트로피를 쥔 첫 아이돌 그룹이 됐다. 그간 많은 가수들이 미국 현지에 머물며 빌보드 벽을 두드렸지만 방탄소년단은 프로모션 없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전세계 가수들이 도전하는 글로벌 시장에 방탄소년단이 또 다른 방식으로 K팝의 성공사례를 남겼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