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제 가치를 인정해준 고마운 팀이죠."
정우재(25·대구)는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어릴적 잠시 주목받았다. 빠르고 탄력이 좋았지만 그 뿐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철저히 외면 당했다.
팀을 구하는 자체가 일이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2010년 태성고를 졸업하고 일본 실업축구 츠바이겐 가나자와에 입단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1년 K리그 드래프트에 신청했다. 그를 불러준 팀은 한 군데도 없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가나자와에서 1년을 더 보냈다.
보람, 행복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간. 정우재는 대학 문을 두드렸다. 2013년 예원예술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 프로무대를 향한 갈증이었다. "모든 선수가 그렇지만 하루 빨리 프로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성남이 문을 열어줬다. 2014년 공개 테스트로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벽이 높았다.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정우재는 억울했다. 자신도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우재는 "그 때 어린 마음에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왜 기회가 없을까' 원망도 했었다"며 "물론 선발 형들이 워낙 뛰어났지만 내게도 조금의 기회는 더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짐을 쌌다. 방출 통보는 없었지만 피부로 느꼈다. "내 자리는 없었다."
또 테스트를 봤다. 이번엔 챌린지(2부 리그) 무대. 2015년 충주 험멜에 입단했다. 정우재는 "당시 충주에 있던 친구가 풀백을 구하니 한 번 테스트를 보라고 알려줘서 도전을 했다. 팀에서 좋게 봐주셨는지 다행히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엔 달랐다. 꾸준히 뛰었다. 리그 26경기에 나서며 1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둡기만 했던 삶에 나름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동료들과 기쁘게 축구를 했다. 무엇보다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서서히 입지를 다지던 정우재.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는다. 대구의 영입 제의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축구화를 신은 뒤 처음으로 받은 '러브콜'에 가슴이 뛰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다."
2016년 챌린지 37경기에 출전 3골-3도움을 올렸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렀다. 그리고 승격의 환희를 맛봤다.
이제는 당당히 제 자리도 있다. 올시즌 16경기에 나서 1골-3도움을 기록중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정우재'라는 이름값이 다소 생소할 뿐 실력만 놓고 보면 K리그 정상급 풀백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빠르고 힘이 좋다. 돌파력도 뛰어나다. 체력도 좋아 90분을 쉴 새 없이 뛰고 또 뛴다.
정우재는 "대구는 내 가치를 알아준 팀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대구를 위해 온몸 던질 준비가 돼있다. 앞으로도 지켜봐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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