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또 고개를 떨궜다.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1경기에 신안천일염의 4국 주자로 나선 이세돌 9단은 포스코켐텍의 5지명 윤찬희 7단에게 208수 만에 불계패했다. 지난 9일 SK엔크린의 홍성지 9단에게 1시간 10분만에 불계패한데 이어 충격의 2연패에 빠졌다.
지난 경기에 비해 수수도, 시간도 길었지만 내용을 보면 일찌감치 기울었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초반 큰 착각으로 실리와 공세의 주도권 모두를 윤찬희 7단에게 내준 뒤 중반에 잠시 특유의 흔들기가 빛을 발하는 듯 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윤찬희 7단이 이내 냉정을 되찾으면서 형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 5승 7패로 부진했던 이세돌 9단은 올해 신민준 6단, 이창호 9단, 안국현 8단을 연파하며 호조를 이어왔지만 심한 구토 후유증으로 완패한 지난 대국 이후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상대가 지명도나 랭킹에서 한참 아래인 윤찬희 7단이었으니 충격의 강도는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윤찬희 7단으로선 이세돌 9단을 상대로 10년 만에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세돌 9단의 소속팀 신안천일염은 9일 SK엔트린전에 이어 또 한 번 영봉패를 당하는 전대미문의 불명예를 안았다. 김민호 3단-조한승 9단-한상훈 8단-이세돌 9단-목진석 9단 순으로 또 한 번 줄줄이 패배가 이어졌다. 2경기 연속 영봉패는 확률적으로 극히 나오기 힘든 진기록이자 사건이다. 바둑리그가 팀 당 5명으로 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첫 '사건'이다.
직전 4라운드에서 '2패 후 3연승'으로 기사회생했던 포스코켐텍은 시즌 첫 연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 시즌에 1승4패 이후 1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한결 시작도 빠르고 페이스도 좋은 편이다.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