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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베이스볼]좌타자 농락하는 커터, 그 매력의 주인공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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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가면서 주무기로 사용한 컷패스트볼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컷패스트볼(cut fastball), 즉 커터(cutter)는 말 그대로 직구 계열의 구종이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된다. 슬라이더 그립으로 공을 잡고 직구처럼 뿌리는 게 기본이다. 투수마다 그립과 스피드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직구처럼 날아들다 타자 근처에서 빠르게 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커터는 1980~1990년대 국내 투수들에게는 생소한 구종이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국내 투수들도 본격적으로 커터를 접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가 커터의 대가였다. 그는 강력한 커터를 앞세워 1995년부터 2013년까지 통산 19시즌 동안 역대 최다인 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팬그래프스닷컴' 자료에 따르면 그의 통산 커터 비율은 60.8%, 평균 구속은 92.0마일(약 148㎞)이었다. 구속 자체가 포심패스트볼(93.2마일)에 육박했고, 홈플레이트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게 위력적이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커터의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기도 했다.

KBO리그서 커터를 가장 잘 던지는 투수는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손승락이다. 손승락은 넥센 히어로즈 시절부터 147~148㎞짜리 직구와 140㎞ 안팎의 커터를 섞어 던지며 최고의 마무리 대열에 올랐다. 두 구종의 구사 비율은 비슷하다. 특히 손승락의 커터는 좌타자를 상대로 더욱 위력적으로 작용한다.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터에 좌타자들은 헛스윙하기 일쑤다. 올해 손승락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5푼3리로 우타자 피안타율(0.274)보다 좋다.

지난 8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손승락은 5-4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23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부문 선두인 NC 다이노스 임창민에 1개차로 다가섰다. 손승락은 1사 1루서 좌타자 로하스를 141㎞짜리 몸쪽 커터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우타자 윤석민을 146㎞짜리 몸쪽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후반기 들어 이날까지 11경기에서 8세이브를 추가했고,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커터의 위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올해 커터로 주목받는 투수로는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가 있다. 켈리는 미국에 있을 때 실전에서는 커터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2015년 SK에 입단하면서 커터를 섞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커터는 스피드가 140㎞대 중후반을 유지한다. 150㎞를 웃도는 직구와 함께 주력 무기로 통한다. 최근 들어서는 커터의 비율이 높아진 모습이다. 켈리 역시 커터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좌타자 상대로 요긴하게 쓰인다. 올시즌 켈리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5푼6리로 우타자(0.278)보다 좋다. 켈리는 8일 현재 22경기에서 12승4패, 평균자책점 3.52를 올리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끽하고 있다. 특히 탈삼진 부문서 141개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 트윈스 류제국도 커터를 사용해 재미를 보고 있다. 류제국도 커터를 배운 지 얼마 안된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고, 올시즌 본격적으로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직구 구속이 130㎞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변화가 필요했고, 마침 경헌호 투수코치의 권유로 커터를 가다듬었다. 류제국의 커터는 130㎞대 중반에서 형성된다. 직구와 비교해 구속 차이가 거의 없다. 대신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좌타자 몸쪽으로 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구종이 아니다.

커터는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널리 보급된 구종은 아직 아니다. 그만큼 배우기가 쉽지 않고 실전에서 위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면 이만큼 좋은 구종도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