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버텨야죠."
한국전력은 위기다. 올 시즌 개막 전 주전 세터 강민웅을 부상으로 잃었다. 최근엔 서재덕까지 쓰러졌다. 그런데 김철수 감독은 웃는다. 여유가 묻어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상황이다. 버텨야 한다."
모든 감독은 자신만의 '플랜A'가 있기 마련이다. 가장 믿을 만한 구성. 흔히 1옵션이라고도 한다. 김 감독은 플랜A, 즉 1옵션이란 게 애초에 없었다. 시즌 개막도 전에 '코트 위의 사령관' 강민웅을 잃었으니 말이다. '잇몸'이 그들의 플랜A였다.
강민웅의 빈 자리는 권영민으로 채웠다. 부족한 센터진엔 기존 윤봉우에 이재목 안우재를 더했다. 우려는 있었다. 경험 부족이다. 이재목은 2014년 삼성화재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5년부터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던 안우재 역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
걱정 속에 막을 연 한국전력의 2017~2018시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첫 경기서 OK저축은행에 2대3으로 졌지만, 이후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에 연승을 거뒀다. 한국전력의 '플랜B'는 그렇게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코트의 기후는 변화무쌍하다. 해가 뜨는 듯 하더니 어느 새 먹구름이다. 서재덕이 지난달 26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왼 무릎 연골 일부가 파열됐다. 시즌 아웃은 아니지만, 당분간 공백기가 필요한 상황. 한국전력의 플랜B도 깨지는 순간이었다.
"시즌은 장기전이다. 역시 관리가 중요하구나 싶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버티면서 가야 한다." 계획의 한 페이지가 찢어져도 김 감독은 미소다. 이제는 플랜C다. 김 감독은 "서재덕의 공백은 공재학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김인혁이 준비한다"고 했다.
5일 수원실내체육관, 한국전력의 플랜C가 빛을 발했다. 우리카드를 맞아 세트스코어 3대1(23-25, 25-20, 33-31, 25-16)로 승리했다.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완성도를 높였다. 김 감독은 안우재 이재목 공재학은 물론, 세트 후보진 이호건 이승현까지 폭 넓게 기용하며 퍼즐을 맞췄다. '신인' 김인혁도 십분 활용했다. '에이스' 전광인은 23득점을 때려 넣으며 승리를 견인했다.
살얼음판 같은 V리그 순위 경쟁 속에 플랜C는 사실상 '고육지책'의 동의어다. 하지만 한국전력엔 다른 경우의 수가 없다. 플랜C가 곧 1옵션이다. 이제 리그 1라운드를 돈 김 감독은 "잘 방어한 것 같다. 서재덕 아픈 후 1승2패했다. 질 때는 승점 1점 얻고 이길 땐 3점으로 가자는 생각이다. 2라운드도 이렇게 해서 최대한 버틸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5일)
▶남자부
한국전력(3승3패) 3-1 우리카드(2승4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