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까지 대한항공이 7경기를 치르면서 받아 든 성적표는 굉장히 낯설었다. 7개 구단 중 7위. 혼돈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시즌 초반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의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다.
최근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만 내리 패했다. 2연패,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기술적인 면의 보완에 앞서 박기원 감독은 대한항공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손을 댔다. "우리가 못했던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선수들도 수긍했다. 빠르게 초심을 돌아가려고 선수들끼리 미팅도 가졌다. 반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코칭스태프와의 미팅시간도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김학민은 "우리가 원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서 패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의기소침해졌다"면서 "어차피 모든 것은 우리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건의를 한 것도 있었고 코칭스태프에서도 받아 들여 줬다. 덕분에 경기력이 나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기술적으로 접근했다. 가장 먼저 주포 가스파리니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박 감독은 올 시즌 KB손해보험전과 삼성화재전에서 선발 오더를 통해 라이트 가스파리니를 각각 레프트 알렉스, 타이스와 맞대결을 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가스파리니의 완패했다. 알렉스와 타이스의 높이를 뚫지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삼성화재전에선 3득점밖에 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문제점은 세터 한선수와의 호흡이었다. 그 동안 한선수는 가스파리니에게 빠르게 오픈 시켜주는 토스워크를 구사했다. 그러나 14일 한국전력전부터 전략을 바꿨다. 가스파리니가 편안하게 때릴 수 있도록 토스 높이를 높였다. 가스파리니는 이날 양팀 최다인 19득점으로 팀 연패를 끊어내는데 견인했다. 박 감독은 "가스파리니 쪽으로 가는 토스를 바꾸면서 빠른 공격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응급처치'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지만 박 감독이 원하는 배구는 아니었다. 박 감독은 "빠른 공격이 되면 분석이 돼도 상대를 뚫을 수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시즌 마지막에 가면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즌 후반부에 가서 호흡이 맞으면 상대 분석도 뚫을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아쉬움이 남는 건 '김학민 카드'였다. 아끼고 아꼈다. 박 감독은 김학민 카드를 시즌 중후반부터 꺼내려고 했다. 대한항공은 레프트 천국이지만 봄 배구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남겨두려고 했다. 그러나 계획이 뒤틀렸다. 2라운드 초반부터 활용해야 할 위기가 닥치고 말았다.
이 카드 역시 적중했다. 무엇보다 김학민이 가스파리니와 정지석을 모두 살려내는 효과를 보였다. 공격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중 현상을 막아냈다. 세터 한선수의 공격 배분 고민도 덜어줬다. 박 감독은 "이제 김학민 카드를 내민 이상 계속 밀고 간다"고 강조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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