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K리그의 '패셔니스타' 중 한 명이다. 말쑥한 정장 뿐만 아니라 캐쥬얼한 복장, 훈련복까지 어색함 없이 소화한다. 인천 시절엔 '인천상륙작전'을 진두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입던 군복을 멋들어지게 소화하면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산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이날도 김 감독은 잘 갖춘 검은 정장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런데 넥타이까지 검은색으로 맞췄다. '상복'을 연상케 하는 복장이었다.
아끼던 후배인 故 조진호 감독을 향한 나름의 예우였다. 지난 10월까지 부산을 이끌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한 조 감독의 소식에 김 감독은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국가대표 시절 선후배 사이였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 입문해 오랜기간 코치로 활약할 당시에도 돈독한 정을 쌓은 그들이었다. 조 감독의 부고에 한달음에 달려온 김 감독은 추억을 되짚으며 침통함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승부를 떠나 나름의 예를 갖추고 싶었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그는 "조 감독이 생전에 FA컵 4강 추첨을 마친 뒤 만나니 나를 보고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치 '결승에서 한판 붙어보자'는 듯 했다. 현역시절부터 서로 즐거운 추억이 많다보니 스스럼이 없는게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FA컵 1차전에서도 같은 복장을 하고 나섰는데, 사실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며 "경기장 한켠에 생전 모습이 담긴 걸개를 볼 때마다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앞두고 정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안타까움이 큰 만큼 스스로 최선을 다해 임하는게 승부사의 도리라는 점을 김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조 감독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던게 사실이지만 결과로 평가 받는게 지도자의 숙명 아닌가"라고 물으며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면 조 감독은 분명 기뻐해줄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울산은 부산을 상대로 팽팽한 승부 끝에 결국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996년 FA컵 시행 이래 21년 만에 얻은 첫 우승이자 김 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일군 마수걸이 우승이다. 멀리서 FA컵을 바라본 조 감독은 '선배' 김 감독을 향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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