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요? 뭐…, 패하긴 했어도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툭 뱉는 무심한 뉘앙스의 목소리. 주인공은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다. 그가 말한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지난 시즌. 정말 그랬을까. 김 감독의 도로공사는 2016~2017시즌 V리그 여자부 최하위인 6위였다. 승점은 33점. 5위 GS칼텍스(당시 승점 37)와의 격차도 승점 4점이었다.
상황이 이러했는데 왜 안 어려웠을까. 그래도 김 감독은 "오히려 올 시즌이 더 어렵다"고 했다. 괜한 너스레가 분명하다. 도로공사는 8일 기준 리그 단독 선두였다. 2위 IBK기업은행(승점 32)과의 격차는 승점 4점. 지키는 게 쫓아가는 것보다 심적 부담이 크다는 맥락이라면 김 감독의 말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분명 힘들었다. 2016년 3월 도로공사의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여심(女心)'을 전혀 모르는 '우직한 남자'였다. 1996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2006년 코치로 전향, 2013년 1월 감독대행을 거쳐 3개월 뒤 정식 사령탑이 된 김 감독이다. 커리어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는 '남자판'에서만 살아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정기복을 알 턱이 없었다.
도로공사 사령탑을 맡은 뒤 김 감독은 분명 말했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정말 다르다는 걸 여실히 느낀다. 말 하나, 행동 하나 더 생각하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남자 선수들은 세게 말해도 나중에 딱 풀면 되는데, 여자 선수들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흔을 넘긴 그가 하루 이틀만에 '여심 저격수'가 되는 건 불가능이다. 잘 해보자고 했던 김 감독의 말이 오해를 낳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토라짐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동시에 성적까지 바닥을 쳤으니 이 이상 힘든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말은 너스레가 확실하다. 그리고 이런 너스레도 나름 여유가 생겼기에 떨어볼 수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이 자세를 슬쩍 고쳐 잡으며 미소로 말을 이어간다. "여자 선수들을 알아가고 있고 잘 적응도 하고 있다."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 그 사람이 여자라면 일반적으론 남자보다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 그런데 김 감독은 순조롭게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 비결이 궁금했는데, 묻지 않아도 김 감독이 친절히 말해줬다. "우선 선수들이 나를 믿게 해야 한다." 그럼 그 믿음은 어떻게?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 감독이 밝힌 자신만의 '여심 공략법'이다.
김 감독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직하게 다가오자 선수들도 마음을 열었다. 김 감독은 "이제 선수들도 나를 이해하고 믿고 따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더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마음을 잡으니 성적도 따라오는 모양이다. 도로공사는 9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대2(22-25, 25-19, 27-29, 32-30, 15-9) 승리를 거뒀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뒤집었다. 여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때로는 '밀당'도 필요한 법. 부족한 것이 보이자 김 감독은 승리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김 감독은 "잘 된 부분이 없었다. 서브, 리시브 모두 잘 안 됐고, 수비 위치도 엉터리"라고 짚었다. 우직한 김 감독의 직언에 여심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장충=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9일)
여자부
도로공사(13승5패) 3-2 GS칼텍스(7승1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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