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전광인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올해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전광인은 한국전력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대표팀에 합류 중인 전광인은 9일 진천선수촌에서 "김철수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께 결정을 말씀드렸다"며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안좋게 보일 수도 있었을텐데 단장님과 감독님, 동료 선수들 모두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2018년 V리그 남자부 FA 원소속 구단 협상일은 14일까지다. 하지만 전광인은 일찌감치 이적을 결심했다. 전광인은 "2013년부터 뛴 팀을 떠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있다"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시작하기 전에 구단에 내 결정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만능 레프트' 전광인은 자타공인 이번 FA 최대어다. 그의 행선지에 따라 2018~2019시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전광인을 둘러싼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전광인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나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적을 선언한 전광인은 15일부터 4일간 한국전력을 제외한 남자부 6개 팀과 협상을 시작한다. 전광인은 원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즐거운 배구'와 '우승'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니 배구를 즐기지 못했다"며 "배구를 즐겁게 하고 싶다. 내 몸 상태를 잘 관리해 줄 수 있는 팀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도 하고 싶다. 즐기며 배구를 하다 보면 좋은 성적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뜨거운 관심과 달리 실제 전광인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역대 최고 몸값(5억원)을 훌쩍 넘을 전광인의 연봉도 부담스럽다. 당초 전광인에게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KB손해보험은 '레프트' 알렉스와 재계약을 택했다. 이탈리아 몬차에서 진행 중인 트라이아웃에 참석한 권순찬 KB손보 감독은 다른 외인들을 둘러본 후 알렉스와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적응과 기량, 성실성에서 알렉스만한 카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KB손보는 전격적으로 알렉스 재계약 카드를 꺼내며 전광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접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선택지 중 현실적인 옵션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이다. 삼성화재는 일찌감치 전광인에 대한 뜻을 접었고, 우리카드도 센터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이 원하는 '즐거운 배구'와 '우승'이라는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팀이다. V리그 최고의 지원을 자랑하는 만큼 전광인이 직접 언급한 '몸 관리'도 딱 맞는다. 최태웅 감독이 강조하는 토털배구 역시 공수를 두루 갖춘 전광인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 OK저축은행은 전광인이 절실하다.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 트리오가 모두 FA로 풀리며 새판짜기에 나선 OK저축은행은 팀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하다. 기량과 리더십을 갖춘 전광인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OK저축은행은 FA선수들과 아직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2명을 제외하고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 샐러리캡에도 여유가 있다. 충분한 총알을 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전광인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