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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 인터뷰②]'레토' 유태오 "독일 교포 2세 출신, 고려인 빅토르최 만난 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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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이승미 기자]유태오, 그가 고려인 3세이자 러시아의 국민 영웅 빅토르 최를 연기한 건 운명이었다.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신작 '버닝'(경쟁부문 초청)의 유아인·스티븐 연, 윤종빈 감독의 '공작'(비경쟁부문 초청)의 주역 황정민·이성민·주지훈 등 제71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혹은 앞으로 밟은 한국 스타들,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국내 배우가 주연을 맡아 당당히 칸 영화제에 진출한 배우가 눈길을 끈다.

그는 바로 '버닝'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경쟁부문 진출작, '러시아의 박찬욱'이라고 불리는 거장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연출작 '레토'에서 러시아의 국민 영웅이자 록스타 빅토르 최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다.

독일 교포 출신인 유태오는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 이후 한국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중국, 헐리우드 영화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15년에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SF 헐리우드 영화 '이퀄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2000:1의 경쟁을 뚫고 빅토르 최 역할에 캐스팅되며 출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공식 상영회 이후 해외 유수의 매체로부터 빅토르 최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 교포 2세 유태오와 고려인 3세 빅토르 최.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빅토르 최. 그는 록크룹 키노의 멤버로서 록스타이자 사망한 1990년 이후에도 지금까지 변화하는 시대를 대변하는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서구 문화 유이입 막 이루어지던 시기에 자유를 노래하며 러시아 대중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아버지와 간호사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독일 교포 2세. 그는 고려인 3세인 빅토르 최에게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나도 빅토르 최처럼 어렸을 때 정체성에 관한 혼란과 떠돌아다니는 삶에 대한 멜랑꼴리, 나의 뿌리에 관한 질문들을 늘 느끼고 던지며 살았다. 그리고 한국인 출신의 유러피안의 믹스가 많지 않은데 유라시안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저와 빅토르최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산 빅토르 최와 전 운명이었던 것도 같다."

▶키릴 감독의 가택구금

이날 유태오는 공금 횡령 혐의로 인해 9개월째 가택구금 중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가택 구금 처분을 받은 '표면적인' 이유는 운영 중인 고골극장의 공금 횡령. 하지만 러시아 대중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그가 전적 '스튜던트'(2016)을 통해 러시아 정교를 향한 맹신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적 성향을 보인 그가 푸틴 정부에 밉보였으며 그로 인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마지막 촬영 일주일을 남겨두고 구금된 키릴 감독을 떠올리며 "당시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감독님 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감독님만 믿고 간 것과 다름 없었다. 감독님이 가택구금 당했을 때는 머리 잘린 미친 닭이 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히스테릭해졌다. 내가 누굴 믿고 가야 하나 싶었다. 이제야 집중 받을 수 있는 좋은 역할을 맡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시네마의 신들이 저에게 그 희망을 빼앗아 가는 구나 싶어서 정말 힘들었다. 내가 무명연기자로 사는게 내 운명인가 싶기도 했다.

감독님이 가택구금 당한 첫날은 완전히 굳어있 었다. 저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호텔에 숨어 있었다. 저는 그런 집중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런 집중을 받으니 스파이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SNS를 통해 반항의 목소리를 내주셨다. 저도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저는 무명의 배우라서 제가 무슨 목소리를 내도 내 목소리를 누가 듣나 싶었다. 그래서 저는 감독님이 만족스러워하시기 위해서 역할과 작품에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레토'는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구소련의 전설적인 록 가수이자 저항의 상징이자 아직까지도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그렸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한 한국 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았으며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로만 빌릭 등이 출연한다. 6월 초 러시아에서 개봉 되며 한국에도 수입될 예정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