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상담을 하다 보면 신문이나 홈페이지 등에 나온 홍보성 문구를 보고 환자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어떤 치과에서는 5분 안에 임플란트를 심는다는데 여기도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아마 이런 질문을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한 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최근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70대 환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신문에 난 기사에 의하면 잇몸을 열지 않고 하는 특별한 수술 방식으로 임플란트 1개를 5분 안에 심어 아프지도 않고 붓지도 않게 한다는데 왜 자신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냐는 것이었다.
어려운 수술을 잘 마쳐 치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던 순간 돌아온 질문에 내심 당혹스러웠다. 더군다나 이런 의문을 갖는 환자의 경우 거기에 대한 합리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해도 변명으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답변을 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럽다.
필자도 한때 수술을 빨리 끝내는 것에 매력을 느껴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7개의 임플란트를 35분이 아닌 28분에 심고 흐뭇해 한 기억도 있고, 수술에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의 경우 1개 심는데 5분의 시간을 넘지 않도록 신경 쓴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수술의 비중은 20%를 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현재 치과에서 사용하는 전산화단층영상촬영기(CBCT·cone beam CT)가 매우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방사선 사진 상으로는 뼈라고 추정되지만 열어서 긁어 보면 뼈가 아닌 연조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수술을 빨리 하기 위해 잇몸을 열지 않고 하다 보면 이런 부분을 놓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 100개 정도의 임플란트를 하면 1~2개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과 임상에서 1~2%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②현재 치과에서 사용하는 가이드 수술 또는 내비게이션 수술이라고 명명되는 것 들 역시 오차를 갖고 있다. 위와 같은 수술을 하게 되면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보게 되는데 이것도 과장된 부분이 많다. 물론 치과의사의 손과 감각에만 의존한 경우보다 평균적으로 정확할 수 있지만 가이드가 엉뚱한 실수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인상 채득과정과 CBCT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인데 드물지만 수술실에서 활용이 어려울 정도로 왜곡돼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각 회사의 가이드 또는 내비게이션 임플란트 수술 매뉴얼에는 모든 수술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들에게 없다는 문구가 있다
③그 외에도 환자의 구강에는 매우 심각한 뼈의 상실, 해부학적 구조의 특이함 등으로 5분안에 하는 임플란트를 위험에 빠뜨릴 요소들이 수없이 많다. 이런 부분을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간과하면 1000개의 임플란트를 문제없이 잘 심었다하더라도 1개의 임플란트 때문에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임플란트를 항상 5분 안에 심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임플란트 수술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수술에는 위험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고 오랜 기간 사용해야 하는 내구재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보다는 안전하고 오래 쓰는 임플란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빠르고 편리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또 그것이 가능할 때 시행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의료 기술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있는 것에 한해 접근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글·이호정 서울순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