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라면 5년 계약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FA 류현진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계약기간일 가능성이 높다. 수술과 부상 등 그 동안의 건강 상태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류현진에게 5년 계약을 제안할 구단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현지 언론들의 전망치는 대부분 3년을 기준으로 총액 4500만~6000만달러 정도다. 올해 사이영상급 성적을 낸 톱클래스 선발투수에게 인색한 판단일 수 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총액보다는 계약 기간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인데, 3년보다는 길지 않을까. 보라스라면 5년도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낙관론을 폈다. 보라스는 고객이 원하면 다 들어줘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돈을 원하면 돈, 기간을 원하면 장기계약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다.
1년 전 브라이스 하퍼가 시장에 나왔을 때 현지 언론들은 계약기간 10년, 총액 3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예상했지만, 실제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간 3억3000만달러에 계약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평균 4500만달러의 연봉을 보장하는 단기계약도 제안받았지만, 하퍼는 돈보다 기간을 택했다. 당시 에이전트 보라스는 "하퍼는 가능한 한 가장 긴 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남은 선수 생활을 한 곳에서 보내는 걸 원했다"고 밝혔다.
보라스는 류현진에 앞서 한국인 빅리거 FA로 박찬호와 추신수의 장기계약을 이끌어낸 경력이 있다. 박찬호가 2001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에 계약했을 때, 계약기간은 사실 예상 밖이었다. 박찬호는 그해 36경기(구원 1경기)에서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한 뒤 시장에 나왔다. 2년 연속 선발 34경기 이상, 226이닝 이상, 탈삼진 217개 이상을 올린 28세의 선발투수라면 기본 5년은 보장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소속팀 LA 다저스가 그에게 제시한 계약기간은 고작 2년이었다. 애초 잡을 마음도 크지 않았을 뿐더러 그해 후반기 허리 부상을 일으킨 박찬호의 몸 상태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나와 5년 계약을 보장한 텍사스와 손을 잡았다. 평균 연봉 1300만달러는 당시 로저 클레멘스(1545만달러), 마이크 햄튼(1512만5000달러), 케빈 브라운(1500만달러), 마이크 무시나(1475만달러), 랜디 존슨(1310만달러)에 이어 투수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에이스가 필요했던 텍사스의 적극적인 러브콜,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벗긴 보라스의 수완이 이뤄낸 결과였다.
보라스는 2013년 말에도 FA 추신수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해 ESPN이 평가한 FA 랭킹에서 5위에 오른 추신수는 뉴욕 메츠와 양키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카고 컵스 등 명문 구단들의 타깃으로 연일 현지 언론을 장식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5년에 총액 1억달러를 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5년 8500만~9000만달러가 적정선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보라스는 한 달여에 걸친 협상 끝에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 계약을 성사시키며 추신수에게 부를 안겼다. 그해 FA 시장에서 로빈슨 카노, 제이코비 엘스버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계약이었다.
보라스는 지난달 "류현진은 32세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아 26~27세 정도로 봐야 한다. 그래서 가치 있다"고 '주행론'을 펼치며 건강 이슈에 맞섰다. 계약기간을 중요한 문제로 보는 것이다. 류현진은 내년 33세가 된다. 3년 계약이면 35세까지다. 30대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할 수 있는 계약을 맺는 게 목표라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 단장 모임이 오는 15일까지 애리조나 스캇츠데일에서 열린다. 각 구단 단장들과 메이저리그사무국 관계자들, 그리고 에이전트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자리다. 대형 계약이나 트레이드를 위한 탐색전이 벌어진다. 류현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렌던 등 특급 FA들을 보유한 보라스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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