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세계 최강을 만났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볼을 잡으면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조현우 좌우에 포진해 볼을 받았다. 그 볼은 정우영(알 사드) 아니면 주세종(서울)을 향했다. 브라질의 강한 압박에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수비를 성공한 후에도, 흔히 말하는 뻥축구는 없었다. 가까운 선수에게 볼을 보내고 다시 밑에서부터 만들어 나갔다.
집요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패턴을 반복해 나갔다. 벤투 감독에게 승패는 의미가 없는 듯 보일 정도였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준비한 것이 통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테스트했다. 좋은 장면도 만들어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결과는 0대3.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결과에 비해 내용은 치열했다"고 했지만, 축구에서 0대3이라는 스코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완패다. 북한-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 4차전(모두 0대0 무) 졸전에 이어 브라질전 완패로 벤투호는 위기를 맞았다.
이미 여론은 조금씩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부정적 기사 일색이다. 댓글 반응도 심상치 않다. 여론은 이미 자신만의 축구를 고집하는 벤투 감독에게 '고집불통' 이미지를 심어줬다. '매경기 반복되는 패턴과 비슷한 라인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벤투호를 지탱해 오던 결과 조차 따라오지 않고 있다. 4년 전 전승-무실점으로 통과했던 2차예선에서도 고전하고 있는게 벤투호의 현실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브라질전을 마치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상대가 브라질이라는 강팀이라고는 하지만 믿음을 갖고 해보자 선택했는데 주효했다고 본다"고 했다. 귀국 후에도 "지금 대표팀에 빌드업 축구가 맞다"고 확신했다. 실제 전반 중반부터 후반 초반까지 벤투호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후방 빌드업은 부임 초기보다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었다. 상대가 강력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음에도 꾸역꾸역 그 압박을 풀고 나왔다. 몇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공이 흐르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까지 였다는 점이다. 벤투호는 후방부터 이어진 흐름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밀집수비 타파법에 온 신경이 모아지고 있지만, 정확히 지금 벤투호의 가장 큰 문제는 준비한 축구를 약체를 상대로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점이다. 이이러니 하게도 이날 가장 위협적인 장면은 후방에서 한번에 넘어가는 패스에서 주로 나왔다. 김민재가 황의조(보르도)에게 보낸 레이저 패스, 주세종-정우영의 롱패스에서 찬스가 만들어졌다. 벤투호 부임 이전까지 우리가 가장 잘했던 축구였다. 만약 빌드업을 줄이고, 더 직전적인 축구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벤투호는 지금 과정과 결과,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벤투 감독의 철학은 현대축구의 주류와 딱 맞다. 우리가 거액을 들여 벤투 감독을 영입한 이유다. 김판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향후 한국축구의 컨셉트를 '능동적인 축구'로 잡고, 적임자로 벤투 감독을 데려왔다. 벤투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의 철학을 지지 한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선수들 역시 현대축구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벤투 감독이 이를 채워주고 있다. 벤투 감독을 비롯해 그가 데려온 사단은 지금 현재 유럽 정상급 빅클럽들이 하는 훈련을 그대로 대표팀에서 하고 있다. 주먹구구가 아닌 철저히 데이터와 시스템에 기반된, 아주 세련된 훈련이다. 벤투 감독도, 선수들도 이를 반복하면 대표팀이 분명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선수들을 무기한 차출해 훈련을 시키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대표팀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갈림길 사이에 서 있는 벤투 감독에게 타협은 없다. 지름길도 피해가고 마이웨이를 택했다. 그가 그토록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이유도 현대축구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론에 해박한 최순호 전 포항 감독은 "벤투 감독이 후방 빌드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게 완성이 되야 다음 단계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기본을 못하는 것에 대해 벤투 감독 입장에서도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철학, 과정이 아무리 옳다해도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황인범(밴쿠버)이 벤투식 전술에서 아무리 중요한 가치를 갖더라도, 그가 정작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팬들이 답답해 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이강인(발렌시아)의 기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벤투호는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 하에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카타르월드컵에 가기 위한 실전 무대에 놓여 있다. 정작 카타르에 가지 못하면, 끝이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팬들이 우려하는데로 최종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잘 해야 하는 축구도 중요하지만 잘 할 수 있는 축구도 포기할 수 없다.
이 간극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 임기 내내 벤투호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과정과 결과의 갈림길 사이,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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