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4일 인천과 상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 37라운드가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구장. 모든 시선은 한 사람, 유상철 인천 감독을 향했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자신의 몸상태를 공개했다. 췌장암 4기. 현역시절부터 정열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유 감독이었던만큼,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축구계에는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함께 부딪혔던 동료 감독들은 "유 감독은 강하다. 꼭 이겨낼 것"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팬들도 동참했다. 이번 라운드부터 모든 경기장마다 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30초간 응원의 박수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은 유 감독이 투병 사실을 발표하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평소 K리그 현장을 잘 찾지않던 방송 등 취재진이 몰렸다. 그 모습을 본 유 감독은 "낯설다. 마치 결승전 같다"고 웃었다. 유 감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덤덤했다. 유 감독은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에 가족들도 힘들었다. 언젠가 알려질 부분인만큼 직접 말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고백 후 연락을 많이 받았다. 격려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많이 걱정해주셔서 감동을 받았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여러가지 기분이 왔다갔다 했다. 팬들의 걱정이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 좋은 사례가 있으니 완쾌해서 꼭 회복하겠다"고 했다.
유 감독은 팬들에게 인천을 잔류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가 벤치에 앉는 원동력이었다. 꼭 승리하고 싶은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연민'이 아닌 '실력'으로 '결과'를 갖고 오고 싶었다. 유 감독은 "어제 선수들에게 '부임하고 홈에서 한번도 못이겼다. 마지막 경기는 이기고 싶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아차 싶었다. 오늘 미팅에서 '나를 위해'가 아니라 '팬들을 위해' 이기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은 유 감독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팬들은 경기 전 박수 응원을 비롯해 수시로 '유상철'을 외쳤다. 유 감독의 현역시절 등번호 6번에 맞춰 전반 6분 이름이 여섯번 울렸다. 전반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모든 목표를 이룬 상주지만, 평소 못지 않게 치열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경기 전 "이럴때 사실 난감하다. 우리가 경남, 제주를 모두 이겼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친구 유 감독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는 김태완 상주 감독의 말대로였다.
유 감독은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터치라인에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유 감독은 "내가 앉아서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도 비를 맞고 뛰는데, 이 정도 비는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유 감독은 후반 승부수를 띄웠다. 문창진과 케힌데 등 공격자원을 연달아 투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문창진은 후반 30분 무고사의 패스를 받아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후반 43분에는 역시 교체로 들어간 케힌데가 멋진 오른발 발리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웜업을 하던 선수들도 모두 달려가 기쁨을 나눈, 감격적인 득점이었다. 문창진은 득점 후 유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문창진은 "감독님이 따뜻하신 분이다. 내가 경기를 많이 나서지 못하는데 잘 챙겨주셨다. 가족 같은 분이라는 마음에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기는 인천의 2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유상철'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유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며 홈 마지막 승리를 즐겼다. 유 감독은 이번 승리에 더욱 힘을 얻은 모습이었다. 그는 "응원 목소리를 접할때마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도 뭉클해진다. 참 감사하다. 내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나와 같은 상황, 나보다 더 나쁜 상황에 놓이신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많은 응원에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지금처럼 같이 운동장에 서서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빠르게 회복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말을 맺었다. 유 감독의 쾌유를 응원한다.
한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대결에서는 수원이 4대2 역전승을 챙겼다. 홈에서 패배를 기록한 제주는 승점 27점에 머무르며 최하위가 확정됐다.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게 된 제주는 다음 시즌 K리그2(2부 리그)에서 뛰게 됐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