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케일러 나바스(32·파리 생제르맹)가 전성기를 보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돌아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레알 팬들은 나바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바스는 27일(한국시간) 전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9~202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90분 동안 10개의 선방을 하며 극적인 2대2 무승부를 뒷받침했다.
전반 26분 '옛 동료' 토니 크로스의 예리한 중거리 슈팅 선방을 시작으로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합작한 다니 카르바할, 크로스, 카림 벤제마 등의 슈팅을 연속해서 쳐냈다. 한 경기 10개 선방은 나바스가 레알에 입단한 2014~2015시즌 이후 개인 최다기록이다.
티보 쿠르투아에 밀려 지난 9월 파리로 떠났던 나바스는 앞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스페인 언론은 나바스의 복귀전을 앞두고 쿠르투아와 나바스의 기량과 기록을 비교하는 기사를 냈다.
레알 출신 미야토비치가 "오늘 나바스는 모든 걸 막아내고 있다"고 극찬을 할 정도로 이날도 안정감 있게 골문을 지켰다.
오직 한 선수만이 나바스에게 고통을 줬다. 올 시즌 물오른 기량을 펼치는 레알 공격수 카림 벤제마다. 벤제마는 전반 17분 선제골을 통해 나바스의 챔피언스리그 무실점(376분)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게 열리지 않던 파리의 골문을 후반 34분 한 차례 더 열어젖혔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날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총 27개의 슈팅(유효 12)을 허용하고도 나바스의 선방쇼에 힘입어 큰 점수차로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36분 킬리안 음바페와 38분 파블로 사라비아가 2분 간격으로 연속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점 1점을 가져왔다. 팀은 4승 1무 승점 13점을 기록하며 1경기를 남겨두고 조 1위로 16강 진출에 골인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그라시아스, 나바스"라는 글로 나바스의 활약에 경의를 표했다. 레알 팬들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에 홀로 남은 나바스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바스는 경기 전후 옛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경기 후 '레알을 떠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나바스는 "신께선 내가 파리로 가길 바랐다. 나는 괜찮다. 파리에서 행복하다. 가족들도 잘 지낸다"고 말했다. 환대해준 레알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