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차, 하는 순간 던질 곳이 없었다. 이용규의 절묘한 번트가 굳어있던 소형준의 얼굴에 파문을 만들어냈다. 한 이닝 7득점' 한화 이글스 '빅 이닝'의 시작이었다.
'캡틴' 이용규의 흔들기가 승승장구하던 19세 소형준을 가로막았다. 이용규는 21일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9대4 승리를 이끌었다.
이용규로선 불운했던 종아리 부상에서 복귀한지 2경기째였다. 전날 경기에선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2개를 얻어내며 선구안을 가다듬었다. 이날은 첫 타석부터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3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등장한 이용규는 3루 쪽으로 정교한 번트를 댔다. 희생 번트가 아닌 내야안타로 연결했다. 소형준과 3루수 깅?謨 모두 손을 쓸수 없는 코스와 세기였다.
이후 소형준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은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데 이어 이성열의 1루 땅볼 ?? 결정적인 1루 베이스 커버 실수를 했다. 타이밍은 아웃이었지만, 달려가는 과정에서 스텝을 정리하지 못해 미처 1루를 밟지 못했다. 이어 송광민과 최재훈에게 잇따라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쓰리아웃으로 끝날 이닝이 늘어지면서 3회에만 무려 7점을 내줬다. 이날의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소형준은 비록 19세지만, 데뷔전 포함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둔 무서운 신인이다. 하지만 데뷔 16년차의 이용규는 산전수전 다 겪은 투수 흔들기의 전문가다.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다잡아야했던 이날 경기에서 신인의 심리를 뒤흔들며 첫 패배를 안겼다.
이용규는 6회에는 한술 더 떴다. 바뀐 투수 전유수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었고,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쳤다. 흔들린 전유수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정진호에게 볼넷, 정은원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김민수와 교체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의 2번째이자 마지막 득점 이닝이었다. 두 이닝 모두 이용규의 흔들기 효과가 돋보였다.
올시즌 이용규는 리드오프와 2번, 9번을 오가며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타율은 어느덧 3할까지 올라왔다. 타순과 상관없이 한화 공격의 첨병이다. 베테랑의 가치는 승부처에서 한층 더 빛을 발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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