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젊은' 이미지의 LG 트윈스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마흔을 넘긴 노장 두 명이 포진해 있다. 1979년생 외야수 및 지명타자인 박용택과 1981년생 포수 이성우다. 우리 나이로 불혹을 넘긴 이 시대의 현장 '원로들'이지만, 존재감 만큼은 후배들 부럽지 않다.
이성우는 LG가 입단 후 3번째 팀이다. 그는 정식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아니다. 2000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상무야구단을 거쳐 2005년 다시 신고 선수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1군에 데뷔한 건 2008년 스물 여덟살 때다. 1군 경력으로만 따지면 올해가 13번째 시즌이다. 그는 한 번도 주전으로 뛴 적이 없다. 수비형 백업 포수의 전형이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고, 수명이 길지도 않다. 돋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는 건 참으로 가치있다.
이성우는 지난 2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개인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개인통산 5호 홈런이 그 영광스럽다는 그랜드슬램이었다. 본인도 신기했는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간 뒤 연신 어리둥절한 표정이 신선했다. 11-3으로 크게 앞선 8회 터진 4점짜리 홈런이라 승부상으로는 큰 의미는 없었지만, LG 더그아웃은 그 어떤 홈런타자보다 뜨거운 축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만 38세 8개월 29일 만에 기록한 노장의 그랜드슬램.
이성우는 경기 후 "내가 야구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손을 내밀어준 LG 트윈스 구단에 감사한다. '올해가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4~5년 전인데 마흔살에도 야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작년에 첫 끝내기 안타에 이어 올해는 야구선수로서 늦었지만 데뷔 첫 만루홈런까지 쳤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 그는 "작년 끝내기 안타를 치고 중계방송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며 19개월 된 우리 둘째에게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게 해줬을 때 스스로 너무 행복했고 감동했다. 사실 작년 마지막 홈경기 때 구단에서 선수들 자녀 대상으로 '엘린이 하이파이브' 행사를 진행했는데 우리 아이들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지방에 있어 참여를 못했다. 아빠가 야구 선수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렇지만 오늘 선수로서 마지막일수도 있는 만루홈런으로 확실하게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준 것 같아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LG의 주전 포수는 유강남이다. 또한 LG는 박재욱 김재성 김성진 등 젊은 포수들이 성장 대기중이다. 이성우는 사실 포수진의 리더로,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끈다는 자체가 고마울 뿐이다. 그는 "오늘 만루홈런이 선수로서 유종의 미가 될 수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큰 행복으로 생각하고 이런 기회를 준 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사실 없다. 올해가 용택이 형의 마지막 해인 만큼 용택이 형이 원하는 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내 역할은 주전 포수 강남이의 백업인 만큼 강남이가 체력 안배할 수 있도록 뒤에서 잘 받쳐주겠다"면서 "하나 더 욕심이 있다면 올해는 이민호, 김윤식, 이상규 등 정말 좋은 신인급 투수들이 많은데 이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이라며 소망을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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