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9연패는 없었다. 잠시나마 어깨를 나란히 했던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 악몽을 떨쳐냈다. 한화 이글스 더그아웃은 고교야구마냥 1구 1구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열정이 결국 일을 냈다.
경기전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의 얼굴에는 18연패 부담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는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오늘 연패를 끊어야 한다"며 연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실 오늘 등판하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중책을 짊어진 김범수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3대4로 뒤진 채 3회말부터 시작한 서스펜디드(경기 중단) 경기. 하지만 우천 중단에 앞서 '대장 독수리' 김태균의 홈런이 터졌던 만큼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는 지난 연패 기간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파울을 치며 승부를 이어갔고, 땅볼이 나오면 전력질주가 뒤따랐다. 4회말 동점을 만든 최재훈의 적시타는 주자 양성우를 비롯한 앞선 타자 3명이 연속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만들어진 결과였다. 김태균을 비롯한 베테랑들도 연신 더그아웃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마운드에 오른 김범수의 눈도 이글 이글 타올랐다. 이틀 전 65개의 공을 던진 김범수에겐 쉽지 않은 등판이었다. 하지만 6년째 유망주로만 불리던 김범수에게 이날만큼은 '이글스 스피릿'이 더 간절했다. 두산 김재환에게 불의의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3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역투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김범수가 한화 선수들 마음속에 지른 불은 김진영에게 옮겨붙었다. 1사 1, 2루 위기서 마운드에 오른 김진영은 뜨거운 기합 소리를 연신 토해내며 실점 없이 막았다.
두산도 총력전이었다. 홍건희에 이어 필승조 박치국과 이현승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정은원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이용규는 불꽃 같은 질주로 홈까지 미끄러져 들어왔다.
8회 마운드에 오른 한화 마무리 정우람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 때는 탄식이 쏟아졌다. 연장전이 없는 서스펜디드 경기, 모두의 머릿속에 '무승부'라는 세 글자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마무리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한화 선수단은 '캡틴' 이용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9회말 선두타자 이용규가 출루하자 다시 더그아웃은 덜썩거렸다.
고의4구와 폭투를 묶어 맞이한 2사 2, 3루의 기회. 타석에는 7년차 무명 내야수 노태형이 서 있었다. 노태형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좌중간을 향해 밀어쳤고, 타구는 유격수 옆을 빠져나갔다. 한화의 연패는 '18'에서 멈췄다.
경기를 마친 최원호 감독 대행이 주목한 것은 연패를 끊고자 하는 선수들의 뜨거운 의지였다. 그는 "연패가 지속되면서 상실감이 컸을 팬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마음고생이 많았던 선수들이 잘해줬다. 마지막 타석에서 부담감을 이겨낸 노태형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연패 탈출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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